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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공의로 이루어 가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성경과 현실  
작성자 이상화
작성일 2019-11-08 (금) 12:17
ㆍ조회: 12      
사랑과 공의로 이루어 가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불안과 분노의 도가니’ 속에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문제가 연일 불안을 드러내고 있고 거기에 저마다의 문제가 더해지니 심리적으로 불안이 쌓이게 되고 외부를 향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다보니 내 불행의 원인이 남의 탓이 되고, 진영논리에 갇혀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감정 휴지통
얼마 전 김의경 작가의 칼럼을 보았는데, 어느 서점에서 ‘감정 휴지통’이란 흥미로운 코너를 경험한 내용이었다. 탁자 위에는 “묵은 고민이나 버리고 싶은 감정을 종이에 담아 던져보세요.”라고 쓴 커다란 휴지통이 있었다. 그 주변에는 각종 정리나 자존감에 관련된 서적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글자로 적어 감정휴지통에 집어넣고 있었다. 친구는 상사에 대한 불만을 적어 휴지통에 넣었고 김 작가도 평소 스트레스를 받던 일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한 카페에 들어가서 줄을 기다리는데 앞쪽에 선 남자가 누군가와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서 상대와 싸우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전화를 끊은 뒤 씩씩대며 주문을 했다. 음료가 나오자 남자는 직원에게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직원이 주문을 잘못 들은 모양이었다. 직원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며 다시 음료를 내왔지만, 마치 실수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더 심하게 화를 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음료를 내버려둔 채로 카페 문을 세차게 닫고 나갔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직원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끝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낯선 남자의 애꿎은 감정휴지통이 되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한참 동안 오르락내리락했다. 
작은 일인 듯하지만, 사실 지금 우리는 이런 식으로 내 불행과 분노의 원인을 모두 남 탓으로 잘 돌린다. 인간의 보편적 심리에는 내가 듣고 싶어 하는 것, 보고 싶어 하는 것,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믿고자 하는 아집적인 경향이 다분하다. 극단화 되면 내편의 큰 하자도 작게 여겨지고 상대편의 작은 하자도 크게 느껴진다. 먼저 내편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그것의 옳고 그름을, 빛과 어둠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계속 갈등과 대립 속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의 관점
일찍이 주님께서는 인간의 얄팍한 심리를 통찰하시고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고 그 후에 남의 눈의 티를 빼라’(마7:3-5)고 설파하셨다. 흔히 내 속에는 티만 있고 상대에게는 엄청난 들보가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경우가 많다. 관점과 이해가 다르니 얼마든지 서로 주장이 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를 인정하고 진정한 대의를 위해 내 것을 비워내야 한다. 그 누가 있어 작금의 내로남불의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분노를 감당해낼 수 있으랴. 원수까지도 보듬어 안는 주님의 십자가 사랑 밖에 없다. 
지난 해 9월 2일 미국 택사스주 댈러스에서 가이거 여성 경찰이 실수로 흑인 남성 보탐 진(26)을 강도로 오인하여 사살한 사건이 있었다. 컨설팅회사에 다니며 촉망받던 한 젊은 회계사가 자기 집에서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억울하고 황당한 죽음이었다. 당시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백인 여경 앰버 가이거(31)는 집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들어간 뒤 그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던 보탐 진을 총으로 쐈다. 자신의 집은 3층이었는데 남친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엘리베이터에서 4층에 내린 줄도 모르고 착각해 저지른 끔찍한 실수였다. 가이거는 강도인 줄 알았다고 항변했지만, 그녀의 휴대폰에서 인종차별적인 문자메시지가 다수 발견돼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녀가 평소 가지고 있던 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확인도 하지 않고 사살을 한 것이다. 분명 총을 지닌 경찰이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처럼 내 중심과 아집적인 관점과 이기적인 사상은 사물에 대한 견해를 왜곡하고 오판을 하게 만드니 분노와 불행을 낳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반전의 기대
반전은 1년 뒤에 숨진 보탐의 남동생 브렌트(18)에 의해 일어났다. 10월 2일 검찰이 징역 28년을 구형한 데다 전날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리며 사실상 무기징역인 최대 99년형이 가능해진 상황이었지만 재판부는 예상외로 10년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법정에 모였던 시민들은 분노하며 야유했는데 이때 증인석에 앉아 있던 보탐의 남동생 브렌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판사에게 물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녀를 한 번 안아줄 수 있을까요?” 순간 정의와 평화는 죽었다고 외치던 소란스런 법정이 조용해졌다. 판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허락했다.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은 조용히 흑인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울고 있던 피의자 가이거는 앞으로 걸어 나왔고, 증인석에 앉아 있던 흑인 청년은 그녀를 포옹했다. 울고 있던 가이거와 브랜트는 서로를 안은 채 한참동안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형의 원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당신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랑합니다. 당신이 죽고 썩어 없어지길 원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이 감옥에 가는 일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가장 좋은 것만 빌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형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브랜트는 그녀에게 울먹이며 남은 삶을 그리스도에게 헌신해달라고 당부했다. 청년의 품에 안긴 그녀는 물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오열했고, 판사도 눈물을 훔쳤다.
이 놀라운 그리스도 사랑의 화신이 된 10대 청소년의 용서가 알려지자 찬사가 이어졌다. 에릭 존슨 댈러스 시장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보탐과 브랜트 형제, 그들 가족이 보여준 사랑과 믿음과 용기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존 크루소 지방검찰청장도 “오늘날 사회에서, 특히 우리의 지도자들에게서 보기 드문 사랑과 치유의 놀라운 기적”이라고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도 이러한 사랑의 기적이 필요하다. 모든 악감정을 담아내는 ‘감정휴지통’과 같은 십자가의 사랑만이 사단의 궤계를 물리치고 불안과 분노가 아닌 평안과 화평의 미래를 준다. 이 모든 불합리와 부조리한 것들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의로 합력하여 선이 되며, 주께서 그것을 이루어내시리라 굳게 믿는다. 

 
 
이상화 목사(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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