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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자들에게 임하시는 하나님
성경과 현실  
작성자 이상화
작성일 2020-03-03 (화) 13:58
ㆍ조회: 42      
겸손한 자들에게 임하시는 하나님
 높은 직분이나 강력한 권력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높아진 마음과 독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허례와 위선이 많아지는 것은 타락한 인간의 전형적인 행태이다. 반면에 사람들의 칭찬과 인기가 높아질수록 이를 두려워하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장착하기가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
 
교만의 역풍 
자신의 당에 대해 비판적 칼럼을 쓴 임 모 연구교수와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정당이 있다. 진보 성향의 임 교수는 지난 1월 29일자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으로 종합일간지 칼럼에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관계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이에 발끈한 당이 2월 13일 임 교수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심산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와 진보진영에서 통렬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방약무도가 넘치다 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탄식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질타했다. 당내 의원들조차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SNS에선 ‘민주당만 빼고, 나도 고발하라’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고발 하루 만에 취하를 결정하고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진지한 성찰은 엿보기 어려웠다. 걸핏하면 고발·고소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힘을 빌리려는 정치인들의 폐해도 단적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막더니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반민주적 행태까지 보이니 정부·여당의 오만함이 극에 달했다는 우려를 씻기 어려운 것이다. 고발취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교만의 후폭풍은 거세게 일고 있다.

 
겸손의 영성
예수님 당시 백성들의 지도자였던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교만과 독선이 강했다. 그들은 잔치자리나 회당의 상석에 앉는 것을 마땅하게 여겼고 사람들에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그들의 말하는 것은 지키되 행위는 본받지 말라고 교훈하셨다.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마23:11,12).
영성의 대가였던 교부들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영적 여정을 즐겨 ‘사다리’로 표현했다. 사다리를 한 단 한 단 딛고 올라가서 마침내 하나님과의 일치에 이른다고 했다. 주님의 교훈을 사다리에 비유해 보면, 겸손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겸손은 기독교 영성에 있어서 언제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성 어거스틴은 기독교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겸손’이라고 했다.
니네베의 성 이사악은 “겸손은 하나님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 생겨난다”고 했다. 하나님의 엄위하심과 우리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교만이 생겨나고, 교만에서 타인에 대한 정죄가 생겨난다. 겸손은 자신이 불완전한 죄인임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긍휼에 희망을 두고 있다. 그래서 비굴이나 굴종. 또는 타성에 젖은 자기 비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막교부들의 영성을 역설하는 어느 교수는 겸손을 이렇게 설명했다. “라틴어의 겸손을 뜻하는 후밀리타스(humilitas)는 흔히 알려져 있듯이 ‘흙’ 또는 ‘먼지’를 뜻하는 후무스(humus)에서 유래했다. 겸손이란 말은 흙에서 난 우리 인간존재의 근원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가 흙에서 왔음을 늘 기억할 때, 교만이나 허영심의 함정에서 조금 더 벗어날 것이다.”
교만은 모든 악의 뿌리이며 가장 극복하기 힘든 악덕이기 때문에 교부들은 교만의 덫에 걸릴까 늘 경계했다. 교만은 우리의 모든 덕행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교만은 다음의 세 가지 불능을 유발한다고 한다. 첫째, 청각 불능이다. 교만은 남의 말을 듣지 못하게 한다. 그저 자기 말만 늘어놓고 자기 찬양 일색이게 만든다. 교만한 사람은 한마디로 모든 것이 일방통행이라 참된 대화가 불가능하다.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고 자기 안에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린다. 둘째, 시각 불능이다. 교만은 자기는 물론, 자기 밖의 사물까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늘 남의 결점이나 잘못만 눈에 들어오고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셋째, 언어 불능이다. 교만에 빠지면 칭찬에 인색해진다. 남의 약점이나 단점만 꼬집는다. 교만은 남에게 무례하게 굴게 하고 거친 말투와 감정적 비방으로 언어폭력을 자행하게 한다.

 
겸손의 순풍
불능의 효과적 치료제는 겸손이다. 겸손은 자기 말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게 하고, 사물을 편견 없이 순수하게 바라보게 하며, 내면의 눈을 뜨게 한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다. 오로지 하나님의 마음에만 들기 원하기 때문에 타인의 평가나 칭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자신이 부족하고 나약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할 줄 안다.
겸손은 사람의 내적 깊이와 됨됨이를 가늠하는 척도다. 무르익지 못한 사람은 자기과시나 허세가 심하고 떠벌리기를 좋아한다. 내용이 부실하면 포장에 신경 쓰기 마련이다. 겉만 사치스러운 옷과 값비싼 장신구로 치장하는 것과 같다. 내실 없는 단체나 공동체도 외적 사업과 요란스러운 홍보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성숙한 사람이나 내실이 튼실한 공동체는 꾸며 대고 떠벌리지 않아도 그 깊이와 가치가 저절로 드러난다. 안으로 알차게 익은 사람이나 공동체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겸손하다.
교만과 독선이 극에 달하면 교만의 역풍을 당한다. 우리도 언제 역풍을 당할지 모른다. 겸손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은혜를 주셔서 주님의 영광이 크게 나타나게 하실 것이다. 교만한 자는 멀어지고 겸손한 사람은 주님께로 가까이 나아간다. 겸손의 빛이 충만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상화 목사(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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