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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5]조선의 교회는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오
빛과 사람들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9-03-12 (화) 16:20
ㆍ조회: 109      
[주기철5]조선의 교회는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오
사단과의 한판승
“도미다 목사님은 십계명을 외우십니까? 언제 성경을 읽으셨습니까?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강령이라면, 목사님도 일본의 유익을 위하여 지금 불법을 함께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목사님이 진정 그리스도의 사도라면, 그리고 진정 조국 일본을 사랑하신다면, 이렇게 조선 사람들에게 신사를 참배하라고 권고하며 다니기보다 같은 동포인 일본 사람들에게 좀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본에는 신앙양심을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지키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참으로 복된 일이지요. 일본도 한시 바삐 여호와 앞으로 돌아와 더 큰 일을 저질러 돌이킬 수 없이 되기 전에 그리스도의 진리 앞에 무릎 꿇는 행복을 누리시기를 원합니다.”
도미다는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하고 쓴웃음을 짓기도 하면서 주목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그 간담회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결국 도미다 목사의 패배로 끝맺었다.
그런데 산정현 교회에서 간담회로 밤을 지새운 날 저녁, 선교부로부터 도미다 일행에게 성대한 만찬이 벌어졌고, 도미다는 4개 노회 신사 참배 가결의 선물을 안고 일본에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목사님은 저녁상을 받지 않았다. 오사모가 무겁게 닫힌 방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서니 책상 위에 펼쳐진 백지에 쓰여 있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아! 내 주 예수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는구나. 평양아! 평양아! 예의 동방의 내 예루살렘아! 영광이 네게서 떠나도다. 모란봉아! 통곡하라! 대동강아 천백 세에 흘러가며 나와 함께 울자! 드리리다. 드리리다. 이 목숨이나마 주님께 드리리다. 칼날이 나를 기다리느냐, 나는 저 칼날을 향하여 나아가리다.”
책상 앞에서 어깨를 들먹이며 우시는 주목사의 곁에서 주님도 함께 울고 계셨다. 천지간에 마음도 몸도 붙일 곳 없는 영혼의 외로움과 추위에 떨고 있었다.
도미다 목사의 한국방문은 9월에 개최될 예정인 장로교 제27회 총회를 위한 선무공작의 시작이었다. 일본은 27회 총회에서 조선 교회의 신사참배를 가결시킬 계획을 치밀하게 짜놓고 있었다. 1938년 7월 초복더위가 땅을 절절 끓게 만들던 날, 사복 경찰 몇 명이 교회 사무실로 들이닥쳐 영장 제시도 없이 창백해진 목사님을 무조건 끌고 나갔다. 총회가 열리기 전에 신사참배 반대 안건을 들고 나올 주인공이기에 주목사를 묶어두기 위한 작전이었다.

십자가의 길
시미즈가 형사는 막상 주목사를 구속해 놓기는 했으나 죄목을 잡을 수가 없고 모두들 존경하는 터라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의성읍 경찰서의 고등계 계장 악마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낭하형사 밑에서 훈련받은 배만수 형사가 평양에 왔다. 배만수 형사는 의성교회를 뒤지다가 유재기 목사가 '기독교 청년 면려회'에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의성교회를 중심으로 청년들을 잡아 가두며 관계된 목사들을 의성으로 끌어들였다. 이 '농우회'는 5년 전 평양신학교 신입생 환영야유회에서 출발한 농촌계몽운동이었는데, 회장이 산정현 교회 조만식 장로요, 교인들 중에 몇 사람이 중요한 인물임을 알고 주기철 목사를 주동자로 추적한 것이다.
8월 10일, 평안남도에 있는 장로교회들이 너도나도 앞장서듯 신사 참배를 결의하고 있을 때 주목사는 교회가 무너지는 처절한 소리를 들으며 의성으로 끌려갔다. 그의 도착은 고문의 시작이었다. 검도용 몽둥이가 자주 부서졌고, 앉혀놓고 짓이기는 매질이 지루해지면 천장에 가로지른 각목에다 발목을 묶어 매달아 놓고 가죽 채찍을 휘두르며 비행기를 태웠다. 낭하와 배형사, 문형사가 차례로 지하 고문실을 드나들었다. “아하, 아직 매운 맛을 못 보아서 입이 살았어!” 하면서 주목사를 거꾸로 매어 달아놓고, 고춧가루를 가득 푼 주전자 물을 코와 입으로 쏟아 부었다. 영원한 지옥불의 불붙음 같기도 했다. 극심하던 고통은 순간 끊어져 무의식 속에 빠졌고 고춧가루 물고문은 숨통만을 막는 것이 아니라 혈관도 타 붙게 만들었다.
주목사는 감방에 있던 청년이 내미는 밥덩이를 간신히 받아들고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 주님,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나는 마치 완전히 버림받은 자 같을 뿐이오며, 갈 곳이 아주 없는 자 같이 되었습니다. 부끄러움도 모르겠고, 희망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모르는 자같이 되었습니다. 주님, 성찬으로 받사오니 주께서 저와 함께 하심을 확증하게 하시옵소서. 불쌍히 여기시고 새 힘을 주시옵소서.” 한 입 베어 물은 밥덩이는 그의 목구멍을 찢으며 넘어갔다. 목구멍은 밥 한 덩이를 넘기면서 전신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 순간 그의 영혼은 불빛을 만난 듯 밝아졌다. 터지고 깨어진 그의 전신으로 기쁨의 전류가 번개처럼 흘렀다.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신비한 힘이 얹혀 있었다. 그것은 고통과 고난이 깊을수록 정금처럼 빛나는 생명과 사랑의 빛이었다.
농우회 사건은 당초에 낭하 형사와 배만수 등이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거둘 수가 없었다. 약이 오른 배형사와 낭하형사의 고문은 더 혹독해졌다. 그들은 주목사의 손톱을 잡아 뽑았다. 그리고 손톱 뿌리가 남아있는 자리를 대나무 바늘로 쑤시고 찔렀다. “주여,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이들을 용서하소서." 기절한 주목사의 얼굴에 물을 끼얹고 의식이 깨어나자 널판자에 눕혀놓고 사지를 묶었다. 그리고 아랫도리를 벗긴 뒤에, 알코올에 적신 탈지면을 감은 꼬챙이를 요도에 쑤셔 넣었다. 찢겨서 피가 흐르고, 면도날로 아랫배를 져며 내는 듯 했다. “주님, 이것을 겪게 하시려고 내 목구멍에 밥을 넣어 주셨나이까. 이것을 겪게 하시려고 나의 숨을 이어 주셨나이까. 오 주님 십자가! 십자가! 십자가 위의 주님 나를 받으소서. 나를 그 품에 감추어 주소서.” 얼마나 고문이 심했던지 의성경찰서에서 고문을 받던 권중하 전도사가 순교했고, 박학전 목사는 고문 끝에 맑은 정신을 잃고 실성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편 평안 장로회는 “신사 참배는 교리에 배타되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하며 9월 2일에 경안노회도 정기노회에서 신사참배를 가결했다. 9월 9일 총회가 열리기 전에 총노회 27개 중 과반수가 넘는 17개 노회가 신사 참배를 스스로 가결했던 것이다.
드디어 장로회 27차 총회가 9월 9일 평양의 서문 밖 예배당에 219명의 총회 참석자가 모여들었다. 참석자 219명 사이사이에 경찰관이 97명이 끼어 앉아 장로회 총회가 아니라 경찰관 모임 같았다. 백인숙 전도사는 오정모 사모와 함께 총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임원선거를 하고 허둥지둥 신사참배 가결 절차로 쳐들어가듯 들어갔는데, 평양 노회장 박목사가 일어나 “신사참배 경의와 그 성명서 발표를 제안합니다.”하고 외치었다. 그 소리에 “조선의 교회는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오! 신사 참배를 반대하오! 조선의 기독교인 중에도 그 누구도 신사 참배를 할 사람이 없소!”하고 반대를 외친 사람은 조선 사람이 아닌 미국선교사였다. 사복 경찰 몇 사람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그를 끌고 나갔다.
한편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으나 총회장은 “가하시면 예. 하시오!” 하자 몇 명의 짓눌린 듯한 목소리가 “예.” 다음 절차로 당연히 “아니면 아니라고 하시오.”하고 물어야 할 순서는 사라졌다. “채용하기로 가결합니다.” 하는 가결선포가 바로 있자 30여명의 선교사들이 우르르 일어나 “이것은 불법이오!” “항의합니다. 반대 의사도 묻지 않는 것은 회의법 위반이오!” 형사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 나가던 선교사 한 사람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는 끝내 통곡을 터뜨렸다. 방청석에도 흐느낌이 번져 갔다. 백인숙 전도사와 오사모는 둘이 함께 끌어안고 통곡을 터뜨렸다.
주기철 목사님! 주목사님! 부디 승리하소서. 어떠한 고문에도 굴하지 말고 주님만을 붙잡으소서. 목사님, 우리 목사님 육체가 허약하여 혹여 혼절하실 때에 마귀의 유혹에 휘말리지 마시고 견디시고 이기소서. 견디시고 이기소서. 부디 승리하소서. 우리 주님의 교회로, 조선의 교회로 살아남으소서.” (계속)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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