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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6]부디 예수로 살고 예수로 죽읍시다
빛과 사람들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9-04-02 (화) 11:22
ㆍ조회: 59      
[주기철6]부디 예수로 살고 예수로 죽읍시다
오정모 사모의 절개
의성에서 면회를 허락한다는 전갈이 오자 오사모는 먹는 것과 자는 것도 잊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낭하형사와 배형사는 오사모를 앉혀놓고 회유하였다. “…주목사는 시국에 대해 아주 둔하더군요. 그러니 부인께서 면회를 하시면서 요즈음에 돌아가는 사태를 잘 설명하시고, 신사 참배하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설득하세요. 아시겠습니까? 그것 한가지면 당장 석방입니다.” ‘석방? 석방! …어차피 교단과 총회가 속절없이 무릎을 꺾었는데… 왜 주기철 목사 혼자서 고초를 겪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오사모는 갈등으로 시달리고 있는데, 형사실 문이 열렸다. 아아! 주기철 목사님! 우리 교회의 파수꾼 주기철 목사님! 그러나 그 모습은 너무도 처절했다. 깍지 못한 수염 속의 얼굴은 백납 빛이었다. 안질이 도져 벌겋게 충혈 되었고, 저고리는 헐렁하여 허수아비에게 걸쳐놓은 옷처럼 보였다.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검불처럼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목사님은 오사모를 발견한 순간 생기를 얻고 웃으셨다. 반가움과 희망, 지옥과 같은 형편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었다. 오사모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했다. 배형사도, 낭하형사도 당황했고 목사님도 뜻밖의 행동에 먹먹해진 표정으로 서 계셨다. “목사님 장하십니다. 조선의 교회가 다 무너져도 목사님이 견디시는 한 우리 주님의 교회는 그 자리에 건재합니다. 목사님, 승리하셔야 합니다. 주님께서 목사님의 승리를 끝까지 지켜보시며 기다리고 계십니다.” 갑자기 배형사가 머리채를 잡아채었다. “아니! 이런 독한 계집이 있나? 제 서방을 석방시키도록 말을 거들랬더니 무어야? 더 견디고 승리하라고! 세상에 서방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는 독한 여편네로구만!”
머리채를 잡아 뜯기며 “목사님, 우리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목사님 지금까지 견디신 것처럼 기도하시면서 견디십시오. 모두들 잘 계시니 집안 염려는 하시지 마세요. 산정현 교회도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습니다. 교인 중에 아무도 십계명을 어긴 사람이 없습니다.” 배형사는 오사모를 내동댕이쳤다. 나뒹굴어지면서 “목사님, 음식을 잡수시고 힘을 키우셔야 합니다. 잘 잡수시고 밤에는 잠을 주무세요. 목사님!” 그러나 평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오사모는 한없이 울었다. ‘주님 용서하세요. 기차 안에서만 울고 평양에 도착하면 눈물을 흘리지 않겠으니 지금만 용서하세요.’
 

5가지 기도제목
주목사를 설득하기 위해 배형사와 낭하형사는 고향 웅천에서 형님들을 끌어와 인정으로 유혹해 보았으나 주목사는 오히려 형님들에게 신앙의 권고를 해주니 형사들은 분을 품고 이를 갈았다. 그들의 계획대로 되지 못하고 결국 다음해 2월 농우회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들은 검찰청으로 넘겨졌고, 검찰에서는 유재기 목사 한 사람만 기소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로 석방하기로 결정을 했다.
2월 5일. 주일 아침 평양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사를 마중 나와 있었다. 모두들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가슴가슴마다 복받치는 감동으로 플랫홈을 뜨겁게 만들었다. 주목사를 발견한 순간 찬송가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내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 큰 환난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리로다.”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고 주목사의 일행들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목사님은 집으로 가기 전에 예배당으로 먼저 가셨다. 그리고 강대상 앞에 꿇어앉았다. 모두들 뒤편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렸지만 목사님의 흐느낌을 그 가슴으로 듣고 있었다.
예배 시간이 되자, 평양과 대동과 선교리의 3개 경찰서 소속 고등계 형사들이 산정현 교회로 몰려들었다. 성전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가득 차고 유리창 밖에서도 주목사의 설교를 듣고자 서 있었다. 주목사가 강단에 올라섰다. 실로 7개월만에 돌아온 자리였다. 2천여 명이 집결한 자리였으나 숨소리 한가닥 들리지 않았다. 말씀을 봉독하는 음성은 청정하기 이를 바 없었고, 사랑에 대한 확신이 용솟음치는 낭랑한 목소리였다.
“지난 7개월 동안 감옥에서도 나와 함께 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기도해 주신 여러분의 기도 안에서 저는 모든 것을 잘 견디고 오늘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7개월 동안 저에게는 5종목의 기도가 세워졌습니다.
첫 번째 저의 기도는 ‘죽음의 권세를 이기게 하여 주옵소서’입니다.
저는 바야흐로 죽음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 목숨을 빼앗으려는 검은 손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망의 권세는 사람을 위협하는 마귀의 최대 무기인 듯합니다. 죽음이 두려워 의를 버리고 죽음을 면하려고 믿음을 버린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폐결핵 환자로 요양원에 눕지 않고 예수님의 종으로 감옥에 갇힌 일이 저에게는 크나큰 은혜였습니다. 주님을 위하여 열 번, 백 번 죽는 죽음은 영광이지만 주님을 버리고 백년 천년 산다한들 그것이 무슨 떳떳한 삶이 되겠습니까. 오! 주님 이 목숨 아끼다가 주님을 욕되게 하는 일을 겪지 않게 해주옵소서. 이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도 주님의 사랑만을 지키게 하여 주옵소서. 소나무는 죽기 전에 찍어야 푸르고, 백합화는 시들기 전에 떨어져야 향기롭습니다. 세례 요한은 33세에, 스데반은 그 젊음의 뜨거운 피를 뿌렸습니다. 이 몸도 시들기 전에 주님의 제단에 제물이 되게 하소서.
두 번째의 기원은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게 하여 주시옵소서’입니다.
단번에 겪는 고난은 이겨내기 쉬우나 장기간의 고난은 참기가 힘이 듭니다. 칼로 베고 불로 지지는 고문이라도 한두 번에 죽어진다면 그래도 이길 수가 있으나 한달, 두달, 1년… 10년 계속되는 고난은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것도 반드시 겪어야 할 고난이라면 겪게 되겠지만 옆에서 한걸음만 양보하면 이 무서운 고통을 면하게 해주고 상을 베풀리라는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개를 꺾었습니다. 말 한마디만 타협하면 살려 준다는데… 그때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견디던 믿음의 용사도 넘어지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저처럼 연약한 약졸이 어떻게 장기간의 고난을 견디어 배기겠습니까. 다만 주님께 의지할 뿐입니다. 주님을 위하여 이제 당하는 수옥(囚獄)을 내가 피하였다가 이 다음에 주님이 ‘너는 내 이름으로 평안과 즐거움을 다 받아 누리고 고난의 잔은 어찌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무슨 말로 대답하랴. 주님을 위하여 주어지는 십자가를 내가 이제 피하였다가 이 다음에 주님이 ‘너는 내가 준 유일한 유산인 십자가를 어찌하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내가 무슨 말로 대답하랴!
세 번째는 노모와 처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하는 기도입니다.
나에게는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님이 계시고 병든 아내와 아직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아들로 태어나 자식의 의무도 중요하고,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하나님이 주신 자식들의 아비가 된 책임도 무겁습니다. 늙으신 어머님을, 병든 아내를, 어린 자식들을, 불안해하는 양떼를 선한 목자이신 주님께 맡겨드립니다. 병들고 상한 자를 싸매어 주시고, 길 잃고 헤매는 자를 인도하시며, 낙심하고 범죄한 자를 당신의 보혈로 사유하여 주시옵소서. 악하고 험한 세상에 길 잃은 양떼처럼 허둥지둥하게 될 이들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에 주께서 지켜 주소서. 인간을 얽어맨 인정의 줄이 나를 얽어매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부모나 처자를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예수님께 합당치 않다 하셨으니 저로 예수님께 합당한 자가 되도록 도와주옵소서.
네 번째로는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여 주십시오’입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의가 있습니다. 나라의 신민이 되어서는 충절의 의가 있고, 여자가 되어서는 정절의 의가 있고, 그리스도인이 되어서는 그리스도인의 의가 있습니다.
이 몸이 어려서 예수님 안에서 자랐고 예수님께 헌신하기로 열 번, 백 번 맹세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밥 얻어먹고, 목사가 되어 영광을 받다가 하나님의 계명이 깨어지고 예수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지게 된 오늘, 이 몸이 어찌 죽음을 피하려 하겠습니까. 인생은 짧고 의는 영원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의에 죽고 의에 삽시다. 의를 버리고, 예수님께 향한 의를 버리고 산다는 것은 짐승의 삶만 같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살아 계십니다. 여러분, 부디 예수로 죽고 예수로 삽시다.
다섯 번째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오, 주님 예수여!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십자가를 붙잡고 쓰러질 때, 내 영혼을 받아 주시옵소서. 혹여 옥중이나 사형장에서 저의 목숨이 끊어질 때 저의 영혼을 받아 주시옵소서. 아버지의 집은 나의 집, 아버지의 나라는 저의 고향이로소이다. 더러운 땅을 밟던 내 발을 씻어서 저로 하여금 하늘나라의 황금 길을 걷게 하옵시고, 죄악 세상에서 부대끼던 저를 깨끗케 하사 영광의 조건에 서게 하시옵소서. 저의 영혼을 주님께 의탁하나이다. 아멘.”
눈물바다를 이룬 산정현 예배당에서 그날 그 자리에서만은 모든 사람이 하나였다. 일본의 앞잡이로 손가락질 받던 조선 형사들까지 눈물을 머금었다. (계속)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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