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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8]저 높은 곳을 향하여
빛과 사람들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9-06-07 (금) 11:04
ㆍ조회: 13      
[주기철8]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영문밖의 길

방장로님이 끌려간 곳은 주기철 목사님이 고문을 당하고 있던 지하실이었다. “어이 주목사! 당신이 잘못 가르쳐서 여기까지 잡혀 온 늙은이가 있으니 보라구!”하면서 방장로를 천장 지렛대에 팔목을 묶어 놓고, 다리며 발바닥을 몽둥이로 때려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방장로의 고문 받는 모습을 보고 울컥 치받치는 슬픔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형사들은 주목사를 매어달아 놓은 채 그 앞에서 방장로를 형틀에 묶어 놓고 미친 듯이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방장로는 고통 중에도 주목사님이 괴로워할 것만 염려되어 신음소리 한번 마음 놓고 쏟아놓지 못했다.
“야! 이 늙은 것이 매를 맞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야? 바른 대로 불어! 누가 신사 참배를 하지 말라고 시켰어?” 이미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방장로는 그래도 목청을 돋우어 분명하게 대꾸를 했다. “사람이 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 하나님께서 그 따위 우상에게는 절하지 말라고 하시었소. 나를 이 자리에서 죽여 보시오. 그 외에 다른 대답이 나오겠는가.” 독이 오른 형사들은 누가 더 잔인한 매질을 하는가 경쟁을 하면서 양쪽에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주목사의 괴로운 심정을 헤아린 듯 방장로는 매를 맞으면서도 목사님을 위로했다.
방장로는 일어나 걷지 못하는 주목사를 끌어 등에 업고 감방을 향해 걸었다. 이것이 이유가 되어 기운이 남아 저렇다며 방장로를 또 끌어다가 고문을 시켰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감방에 돌아왔다. “장로님… 우리의 정신은 생생합니다. 더구나 주님의 장중에 붙잡혀 있는 우리의 영혼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지요. 일본 관헌이 무슨 짓을 한다 해도 우리의 영혼만은 흠집 없이 지켜 주십니다.”
주목사는 기도하는 방장로의 등 뒤에 대고 나직이 그동안 고문을 당하면서 한 줄 한줄 기도하듯 지은 ‘영문밖의 길’이라는 시를 그 무렵 널리 알려진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라는 곡조에 붙여 노래를 불렀다.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영문밖에 비치누나/ 연약하온 두 어깨에 십자가를 걸머지고/ 머리에는 가시관 몸에는 붉은 옷/ 한없이 걸어가신 영문 밖의 길이라네.”  

 
 
목사직 파면과 산정현교회 폐쇄

경찰은 산정현교회에 압력을 가하여 신사참배를 시키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으나 교회는 똘똘 뭉쳐 신사참배를 거부했다. 옥중에서는 주목사님, 옥밖에서는 산정현교회가 서로 뭉쳐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데 한 몸이 된 것이다. 평양노회장 최목사를 이용하여 회유를 해보았으나 실패하자, 경찰의 명령에 따라 임시노회로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와 총회장의 경고문을 무시한 주기철 목사를 파면시켰다. 노회장 최목사는 일본의 꼭두각시가 되어 양심과 하나님의 법을 저버린 자신의 현실이 한심했으나 명예를 버리고 하나님의 법을 지킬만한 능력이 없었다. 최목사로부터 노회의 결정을 들은 주목사님은 충혈된 눈을 잠시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에게 목사라는 성직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니 하나님께서 그만두라 하시기 전에는 사면할 수 없습니다.” 한가닥 원망이나 분노가 섞이지 않은 부드러운 음성이었으나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부활주일에 평양노회 전권 위원들 9명이 강단을 차지하고 이인식 목사를 당회장으로 세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교인들은 부활주일 전날 밤부터 예배당에 모여 눈물로 기도하며 밤을 세웠다. 주일을 앞둔 예배당의 철야기도는 장엄이요, 거룩이었다. 주일예배 시간이 다가오자 양재연 집사가 204장 “내 주는 강한 성이요”와 “십자가 군병들아”를 이어서 부르며 절대로 중단하지 말자고 외쳤다. 교인들 모두는 예배당을 뒤흔들고 하늘을 흔들만큼 우렁차게 찬송을 불렀다.
9명의 수습위원 목사님들과 경찰 40여명이 밀어닥쳐 중지를 시키려 악을 써댔으나 곧 찬송소리에 묻혀버렸다. 화가 난 형사들이 교인들을 잡아 끌어내고 내동댕이치며 감옥으로 끌고 갔다. 피가 흐르고 옷이 찢겼으나 찬송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예배당을 폐쇄시켰다.
경찰은 이제는 주기철 목사의 가족들이 기거하고 있는 사택도 빼앗았다. 그리고 육조리에 있는 헛간 같은 비참한 단칸방으로 이사시켰다. 그러나 가족들은 고생하는 주목사님을 생각하며 오히려 감사했다.

마지막 방면

주목사님을 취조했던 구가 경사는 목사님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주기철 목사가 국사범만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주목사님을 존경할 뻔했소.”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자주 주목사님을 화제로 올리며 그의 신앙을 칭찬하며 주목사님의 하나님을 두려워했다. 평양경찰은 일단 주기철 목사를 가석방이라는 명목으로 방면할 방침을 세웠다. 가석방의 소식을 들은 산정현 교회 교우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며 웃으며 기뻐했다.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주목사님은 잠깐 멈칫했다. 그 환성 속에서 다시 이어질 끔찍한 고문을 보았다. 그러나 곧 미소를 떠올리며 손톱이 다 빠져 아직 아물지 않는 손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경배하듯 잡았다. 목사님은 산정현교회로 가서 손수 각목을 떼어내고 들어가셨다. 먼지 앉은 강단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주님, 주님이 견디셨습니다. 주께서 이기셨습니다. 나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만나처럼 내려주시며 주께서 이 길을 가십니다. 그러나 주님, 감히 질문을 해도 된다 하시면 그 나라에 이르기까지 제가 겪어야 할 일은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주님, 이 흩어진 양떼를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의 전신은 애절한 눈물이 되어 녹아 흘렀다. 주목사는 횡십자가로 못질된 산정현 교회에 바쳐진 제물이었다. 계속해서 좁은 길을 가면서 찢어지고 찢어진 그의 영혼과 육체, 남들은 그를 이미 위인이라고 불러주지만, 철저하게 홀로 그 길을 가야만 하는 것이다.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하던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모여 비분강개로 자리가 뜨거워졌다. 신사참배한 목사님들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징계하고 신사참배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 새노회를 만들어 교회 재건 운동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침묵만 지키시는 주목사님의 의견을 묻자, “여러분의 말씀 모두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인간의 나약함을 슬퍼하십시다. 저라고 그들보다 월등하게 나은 점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주님께서 그들이 맡게 된 그러한 배역을 저에게 주지 않으셨으니 그것만 감사할 뿐입니다. 심판은 하나님 한 분이 하시도록 맡겨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조선교회의 타락을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라고 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들의 하는 소행이 불의 불법할수록 우리는 뒤에서 기도할밖에 다른 길이 없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도(道)를 등진 자들을 치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교회에 충성하는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경찰은 목숨을 걸고 신사 참배 반대 운동을 펼치며 부흥집회로 교회 재건 운동을 서둘던 한상동, 이기선 목사를 구속하면서 주기철 목사님을 다시 수감했다. 가석방되어 집에서 기거하기 한 달여… 교회재건파라 이름 붙인 목사님들 21명과 주기철 목사 그리고 신사 참배 반대자들에 대한 일체 검거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6월 중순 오후, 형사떼가 몰려와서 위협하며 나오라고 소리치자, 목사님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그 수 없는 고문의 순간순간이 한꺼번에 한 덩어리로 묶여 피할 수 없는 무게로 그의 전신을 덮치는 순간이었다. 앞날의 예측은 끝없는 고문과 능멸 당함과 생명을 난도질당하는 아픔뿐이었다. 목사님은 쓰러진 어머니 앞에 꿇어앉아 손을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불효한 자식의 봉양보다 자비하신 주님의 보호하심을 의지하오니 어머님을 지켜 주시옵소서. 이 몸은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나이다.”
소식을 들은 장로님들과 교우들이 집으로 몰려들었다. 분노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리며, 복받치는 설움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들을 찬찬히 둘러보시고 목사님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를 선창하셨다. 모두들 목메인 소리로 눈물을 쏟아가며 찬송을 함께 불렀다.
“오! 우리 목사님을 언제 다시 뵈올꼬! 언제 다시 찬송을 함께 부를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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