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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45] 망원동 내 집 갖기 운동
영성과 신학  
작성자 주선애
작성일 2019-05-14 (화) 11:04
분 류 깊은샘
ㆍ조회: 15      
[회고록45] 망원동 내 집 갖기 운동
 
그는 어느 날 저녁 공터에 불을 높이 켜 놓고 동장과 동네 어른들과 장신대 이종성 학장님과 나를 불러 공터에서 모임을 갖도록 했다. ‘내 집 갖기 운동’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무허가 집에 사는 이들은 집을 언제 뜯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늘 불안하게 살았다. 그래서 그날 벌면 그날 사는 식의 생활에 고착되어 있었다. 그날 하루 벌어온 돈을 갖고 잠시 불안을 잊기 위해서 술을 먹고 집에 오고 집에 와서는 또 싸우며 살았다.
이 사람들에게 새 소망을 주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이 전도사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제부터 한 집에 한 통장 갖고 살기를 선포했다. 이상양 전도사가 저축 통장을 책임지고 맡기로 하고 하루벌이를 하면 생활비를 좀 떼고 날마다 저축을 하면 되었다.
땅을 좀 사고 연립주택을 지을 것인데 그 방법은 판자 집을 정부가 헐게 되면 보상금이 나오게 되었다. 거기에 우리가 조금씩 모아가면 집을 지을 수가 있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며 9평짜리 집을 지어 우리 손으로 단장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격려하며 약속을 했다.
나는 금융 사고가 많은 이때에 가능할까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이 일에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하며 사람들의 희망이 가득한 얼굴을 보며 감사히 귀가했다. 사사 은행을 시작하는 셈이었다. 그는 통장을 1000개나 만들었다. 그리고 ‘한 집 한 통장 갖기’를 시작했다. 아직 학교 학생의 신분으로 얼마나 바쁠까?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불안하기도 한 마음으로 때때로 상황을 물어 보곤 했다. 일은 잘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일들을 나의 친구요, 이 사업에 동참하기를 기뻐하고는 미국 선교사님(Mrs. Moffett)에게 도와주기를 호소했다. 집은 어떻게 짓는다고 해도 대지가 없으니 땅값을 미국에서 도와줄 곳이 없겠는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기도하기로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미국에서 소식이 왔다. 땅값 약 900평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은 꼭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
빈병을 엿과 바꾸어 파는 사람, 고무풍선을 자전거로 다니며 파는 사람, 고물 장수하는 할아버지, 생선을 인천까지 가서 마을로 이고 다니며 파는 아주머니, 막노동을 하는 아저씨들 모두 통장을 갖고 저녁이면 이상양 전도사를 찾아왔다. 저금통장을 보며 활짝 웃는 표정이 아름다웠다. 점차 술 먹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싸움이 점차 없어졌다. 동네는 희망이 가득했다.
드디어 공사가 시작 되었고 집에 대한 보상금이 나오고 흙벽돌집이 길게 들어서게 되었다. 위치는 제비를 뽑아 분배가 되었다. 이들은 한 푼이라도 아껴서 타일을 사다 부엌을 바르고 방을 장식하기에 여념이 없어서 집에서 노는 사람이 없어졌다. 때마침 나라에서 외치는 새마을운동에 모범이 된다고 그 마을 동장에게 나라에서 상금이 나왔다. 매스컴에서 조금씩 떠들기 시작했다.
이상양 전도사는 그때 겸손히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고 주민센터 겸 교회를 짓기로 했다. 실상은 첫 여름방학에 기독교 교육과 학생들과 함께 이 마을 공터에 ‘장로회 신학대학’에서 빌려온 텐트를 치고 여름성경학교를 했다. 텐트에 쓰인 장로회 신학대학이라는 글자를 보고 사람들 몇몇이 찾아왔다. 자기들은 본래 지방에서 예수님을 믿고 살았는데 재산을 잃고 여기 와 보니 추한 모습을 하고 교회에 갈 수 없다며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서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천막 교회 이름은 애린교회라고 하며 예배를 드렸다.
이제 본격적인 교회당을 짓기로 하고 또 비닐 교회를 시작했다. 교회도 무리 없이 지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역사하셨다. 돈이 들어오는 대로 한 도리씩 벽돌을 쌓고 빚은 지지 말도록 나는 부탁했다. 많은 숨은 기도자들의 기도와 헌신으로 모금이 이루어졌다.
영락교회 어머니 성경반이 중심이 된 ‘백합회’는 크리스마스에 조그만한 선물 꾸러미를 각각 만들었다. 고기 조금과 떡국 꺼리 그리고 이것저것 어울려 만들어 가지고 집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저 우리들의 기쁜 날이어서 왔다고만 하며 심방을 하자고 약속했다. 그 집에 사정을 들어 주기만하고 오자고 약속한 것이다. 너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호소를 들어 주는 것만도 그들에게는 큰 선물이 된 듯했다. 백합회 회원들은 큰 감명을 받고 우리 이웃의 아픔을 배우고 와서 이 전도사를 계속 돕게 되었다.
이 전도사는 문자 그대로 침식을 잊고 활동했다. 그의 성품 역시 주님을 닮아 한 번도 분노를 터뜨리는 일이 없었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그것은 남을 돕는데 사용했다. 기현두 전도사는 김선경 전도사의 외아들로 아들이 밥을 굶을까봐 열심히 쌀을 사서 보내주곤 했다. 그러나 쌀자루가 보이기만 하면 금방 또 들고 나가 밥 굶는 집에 갖다 주고 오곤 했다. 자기 약한 몸을 도저히 돌볼 수가 없었다.
급기야 그는 입원 검사를 해본 결과 폐를 잘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전도사가 수술하고 누워 있는 곳을 방문했다. 나는 큰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망원동 그 험한 곳에 갔고 그 숱한 고생을 하다가 폐를 자르고 헐떡이는 모습을 보니 ‘나는 평안히 먹고 평안히 살면서 이 사람을 이토록 환자를 만들어 버렸구나! 내가 죄인입니다.’ 고백하며 기도할 때 눈물만 쏟아졌다.
그러나 그때 그는 숨이 차하면서도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선생님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셔서 내 생애에 제일 행복한 시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그의 진심이었다. 인생을 달관한 신앙인의 간증이었다. 나는 그에게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그의 천사 같은 얼굴을 보면서 말이다. 그 후 치료가 되었지만 폐에서 오폐물이 줄곧 나와서 오물 병을 차고 학교도 다니며 수개월 동안 교회 설교도 하고 봉사 활동을 여전해 했다.
오물 병을 차고 다니며 학교에도 계속 나왔지만, 그 멀리서 다니면서 학업을 계속하다 보니 다시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는 영등포 산업 선교 사무실에서 일하던 박영혜를 신부로 맞은 지 1년이 되었다. 또한 첫아들을 금방 낳은 뒤였다. 또 가난은 따라와 입원비도 변변치 않으니 병원 가까이 방을 얻어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나는 이제 이 전도사는 긴 병 치료기간이 필요할 터이니 조금은 더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3월 개학을 앞두고 시간을 내어 다시 이 전도사를 방문했다. 그는 아주 약해져 있었고 열이 좀 있는 듯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기어코 앉아서 하는 말이 “선생님 오늘은 시간 좀 내 주시지요.”라며 긴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 특히 폐병으로 다 죽게 된데서 기도하고 하나님과 5년만 더 살려 달라고 약속하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 그가 시립 폐결핵 병원에서 지냈던 처참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 그리고 지금 5년이 되었는데 이제 하나님께서 데려가도 좋다는 것과 그러나 다시 살 수 있으면 더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 가겠다는 등등 힘들어 하면서 띄엄띄엄 이야기를 했다.
끝에는 “제가 이번에 하나님이 부르시면 제 집사람과 아들을 부탁합니다.”라고 유언처럼 자기의 심증을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얼마 안 되어서 수술한 자리가 다시 기침하면서 터져서 피를 쏟고 그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계속)

주선애(장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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