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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자는 바닥으로
영성의 길  
작성자 이지영
작성일 2018-02-05 (월) 10:51
분 류 주님과 동행
ㆍ조회: 141      
오만한 자는 바닥으로

23일간 오직 믿음으로라는 주제로 청년영성수련회를 하면서, 조별 발표회 준비로 청년들과 함께 간단한 무언극을 연습하였다. 한 청년에게 무언극에 등장하는 이성, 스펙, 물질, 실패, 굴욕 등 여러 가지 단어카드를 보여주며 무엇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냐고 묻자 굴욕을 가리켰다.

비단 그 청년 뿐만은 아니리라.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으로부터 굴욕을 겪거나 비난을 받으면 감정이 격앙되어 언어나 표정으로 분노를 드러낸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새해 벽두부터 하나님께서 송구영신 예배 때 뽑은 말씀(4:12-13)을 마치 저울에 달아보는 것처럼 비천에 처하는 환경으로 계속 나를 몰아넣으셨다. 마음으로는 인내와 온유와 겸손으로 승리하리라.”고 다짐해보지만 막상 비난이 쏟아지고 굴욕을 겪는 자리에서는 반사적으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언어가 거칠어졌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단단한 자아 때문에 굴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삶 가운데 겸손히 고개를 숙이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젊은 시절 타락과 방탕한 생활 때문에 난봉꾼으로 불렸던 샤를로 푸코(1858-1916)는 회심 후 비천한 자리에 항상 머물며 위대한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 그의 영적 스승이었던 위블랭 신부는 그에게 아무도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그대는 가장 끝자리를 차지하라.”고 권면하였다. 스승의 말대로 그는 나 자신은 언제나 끝자리를 찾으며 가장 말째가 되어 가장 비천한 자로 살아가리라.”고 다짐하였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찾아갔을 때 첫날부터 그는 빗자루를 들고 복도를 청소했다. 그곳에서 엄격한 수도생활을 하며 고기와 생선, 계란과 버터도 없이 겨우 허기만 면할 정도로 먹었다. 그러나 너무 안정적인 생활과 제도에 자신이 길들여지고 있음에 안타까웠다. 그곳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지만 너무나 추상적인 이론에 영적 생동감마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수도원 종지기 역할을 맡게 되자 여기에 뭔가 그래도 좀 구체적인 게 있군.”이라고 하였다.

결국 새로운 길을 떠나 나사렛 시내 외곽에 있는 성 글라라 수녀원에서 머슴살이를 시작하였다. 무시를 당하고 하찮게 여겨져도 수녀원 그늘에서 작은 판잣집에 머물며 정원을 가꾸고 잔심부름을 하였다. 잠자리는 돌을 베개 삼아 나무로 만든 의자에서 몸을 구부리고 잠을 잤다.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 “그리스도 역시 십자가 위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함을 겪으셨습니다.”

그는 분명 오만한 자는 바닥으로라는 파스칼의 말처럼, 가장 밑바닥에서 자신의 지난날의 오만과 방탕한 생활을 철저히 회개했을 것이다.

그가 늘 지니고 다니던 작은 수첩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좌우명이 적혀 있다. “오늘 순교할 각오로 살아가겠습니다.” 순교의 정신이 살아 있는 그에게 굴욕과 비난은 가벼운 것이었다. 도리어 하나님의 부재가 더 큰 아픔이요 고통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거나 비난받으면 그 고통에 잠을 못 이룬다. 되새김질하며 앙갚음할 마음을 품는다. 또한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 하고 명예와 과시욕에 가득 차 고요히 머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반면 오직 하나님께만 인정받기를 갈망했던 푸코는 나사렛에서 조용히 숨어 사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성인이 나타났다.”고 수군대자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났다. 가장 버림받은 삶을 찾아 사하라 사막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평생 홀로 살았던 푸코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점점 더 고독해진다. 나는 갈수록 이 세상에 혼자라는 것을 뼈아프게 느낀다. 마치 추수 때 잊힌, 홀로 남은 대추 한 알 같은 느낌이다.” 그는 살아생전 수사 없는 수도 단체를 창시했다. 사후에야 수도원이 세워졌다. 푸코는 세상의 관점으로 보면 쓸모없는 종임에 틀림없다.

그의 죽음도 너무나 초라했다. 어느 날 밤, 약탈자들이 그가 사는 집에 갑자기 들이닥쳤다. 그들은 푸코를 끌어내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16세의 소년이 총으로 푸코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들은 근처에 있는 군대가 들이닥칠까봐 서둘러 그의 옷을 벗기고, 구덩이 속에 그를 밀어 넣고 달아났다.

그의 시신은 골레아 마물에 묻혀 있는데 그가 살아 있을 때 원했던 대로, 그의 묘에는 아무 글도 새겨져 있지 않은 나무 십자가만 달랑 박혀 있을 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게 누구의 무덤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하늘에서는 모두가 부러워할 성전의 가장 중요한 기둥과 같은 성도일 것이 틀림없다. 그러한 그가 우리에게 말한다. “너의 십자가를 메라. 그냥 십자가가 아니라 바로 너의 십자가를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 비록 그것이 내가 원치 않는 비천한 자리이고 굴욕을 겪는 가장 밑바닥의 자리일지라도 말이다. 그는 우리에게 충고한다. “예수님과 함께 조용히 할 수 있는 시간, 고독한 시간을 우리 생활 속에 마련합시다.” 우리 영혼은 소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반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굴욕을 당하거나 비난을 당하면 우리 영혼은 소란해진다. 생활주변도 소란해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로 비천의 자리에 머물게 하심은 자신 안에 있는 허영심과 아집과 독선을 뽑아내기 위함이시다. 겸손을 가르치기 위함이시다. 철저한 회개로 이끄심이다. 예수님은 그 어느 누구도 싸움을 걸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뒷자리를 차지하셨다. 만왕의 왕께서 비천한 베들레헴 작은 우리의 구유에서 탄생하셨고, 십자가에서는 벌거숭이가 되셨고, 창조주와 동등하신 주님께서 종의 형체로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옷이 무자비하게 벗겨지고 침 뱉음을 당하고, 온갖 모욕과 비난이 쏟아져도 묵묵히 받아들이셨던 선하신 주님이 우리 곁에 계시다.

겸손히 고개 숙인 주님을 바라보자. 우리의 모든 결점과 부족함과 연약한 부분들이 사람들로부터 낱낱이 발가벗겨지고 드러날지라도 더욱 십자가를 바라보자. 굴욕과 비난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십자가의 신비, 그곳에 위로와 소망이 있다. 굴욕을 잘 참는 사람이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다. 겸손한 사람은 열등감에도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돈 때문에, 지위 때문에, 능력 때문에 열패감을 느끼며 우울해 하지도 않는다. 마음을 낮추고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비천한 길을 지속적으로 걸을 때 마침내 우리는 진정한 하늘나라의 능력을 덧입게 될 것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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