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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로의 부름
영성의 길  
작성자 이지영
작성일 2018-11-28 (수) 13:13
분 류 주님과 동행
ㆍ조회: 94      
침묵에로의 부름

주일 아침이면 50분쯤 소요되는 거리를 걸어서 교회로 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어느새 산등성이 나무들도 벌거벗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여기저기 낙엽이 뒹군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마음이 움츠러든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반갑지 않은 축농증과 중이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 한해 중이염을 자주 앓으면서 귀가 먹먹해지거나 삐익 하는 이명현상이 일어나 나도 모르게 소리에 무척 민감해졌다. 주변에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거나 큰 소리를 내거나 음악의 볼륨을 높이 올리면, 마음도 살짝 불편해진다. 때로는 대화를 멈추고 침묵을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일어난다.

그런데 학생부 큐티 시간에, 내게 판단과 잡담을 그치고 침묵을 강력하게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했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치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함이니라.”(2:1)라는 말씀으로 나눔을 하였다. 한 학생이 타인을 판단하는 말이 많은 것 같다고 하는데 그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내 삶을 뒤돌아보니 무익한 담화나 남을 판단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다가 영성생활에 손해를 보고, 하나님을 묵상하는 충분한 시간을 놓칠 때가 많았다. 또한 타인을 판단하는 이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씀에 찔림이 왔다. 그동안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내는 불필요한 말들, 타인을 향한 악평들, 내 마음의 악한 생각들로 하나님의 귓전이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십자가의 요한은 말한다. “적게 말하세요. 이러저러한 문제에 있어서 당신의 의견이 요구되지 않을 때는 절대로 그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애정 어린 마음을 하나님께 모으고 언제나 내적인 평화를 간직하세요. 말할 필요가 있을 때도 똑같은 마음의 자세와 평화를 지니도록 하세요. 정말 필요한 이상으로 또 이성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이웃과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도 선익을 끼치지 못합니다. 성급히 말하고 외부로 발산하는 영혼은 하나님께는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관심을 두는 영혼은, 쓸데없는 담화를 피하고, 침묵하고 싶어짐을 내면으로 강력히 느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때든지 자신의 작은 실수나 오점이 드러나면 분노를 발하며 많은 말을 쏟아낸다. 혹은 답답하고 억울하거나 손해를 보거나 불공평한 상황들이 발생하면 원망불평을 하면서 타인의 결점을 찾다가 눈의 침묵을 지키지 못한다. 이웃을 험담하거나 무자비한 말들로 뒤섞인 소문에 귀를 기울이다가 귀의 침묵을 잃어버린다. 평화, 희망, 기쁨을 가져 오고 마음을 밝혀 주는 생명의 말을 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기보다 얄팍한 자기변호를 하다가 혀의 침묵을 잃어버린다. 거짓됨과 파괴적인 생각, 타인에 대한 의심과 속단과 복수심, 온갖 이기심, 미움, 질투, 탐욕으로 마음의 침묵을 지키지 못한다.

아집과 독선과 욕심으로 눈, , 입술, 마음의 침묵을 잘 깨트리는 내게도 주님은 분명 말씀하시리라. ‘딸아! 이제는 입을 닫고, 눈을 닫고, 귀를 닫고, 마음의 소음을 닫고 내 음성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줄 수 없겠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그 어느 것도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어떤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마음을 안온히 하고 침묵하며 너의 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라.”

토마스 아 캠피스는 침묵을 즐기는 자만이 온전히 말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용도 목사님은 시무언(是無言)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지기를 좋아했다. “시무언! 이 말은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말 없는 것이 옳습니다. 세상이 하는 대로 버려두고는 그냥 우리는 주님께 돌진하여 사명만 다합시다.”

주님을 주목하는 사람은 쓸데없는 담화에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에 충실할 뿐이다. 억울하고 답답해도, 부당한 일을 당해도, 모욕과 핍박을 당해도 주님이 침묵하시며 도살장에 끌려가셨던 것처럼 묵묵히 주님의 발자취를 따를 뿐이다.

. 주여. 나는 압니다. 주님의 자취를 온전히 따라가노라면 나에게는 얼마나 욕됨과 수치 됨이 많을는지, 매 맞음, 옥에 갇힘, 죽음을 당함, , 이런 선물이 내 앞에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그러나 주께서만 나를 사랑하신다면 나는 이 모든 핍박을 말없이 당하려 하나이다. 주도 당하셨으매 나도 당함이 마땅하나이다. 잠잠한 양과 같이, 털 깎이는 양과 같이 저희의 모든 짐을 내가 지게 하옵소서. 첫째도 주님, 둘째도 주님, 셋째도 주님, 주님은 나의 생활의 전부로소이다. 세상 영화 다 버리고 종이 되어 골고다로만 주님의 뒤를 따라가사이다. 주님이 가시는 곳, 자국마다 눈물입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고인 것은 쓴 눈물이 아니요, 단 사랑입니다. 길은 험해도 이 사랑 인내해서 험한 줄 모르고 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인정받고 싶어 하고, 명예와 과시욕에 가득 차 조용히 머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헛된 탐욕에 시달리며, 항상 중심인물이 되려 한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말이 아닌 삶의 능력으로 우리를 하나하나 달아보신다. 세상이 소란해도, 주변이 소란해도, 내 마음이 소란해도 조용히 주님 앞에 머물자.

토머스 머튼은 침묵에 대해 이렇게 썼다.

마음이 상했지만 답변하지 않았을 때, 내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을 때, 내 명예에 대한 방어를 온전히 하나님께 내 맡길 때 바로 침묵은 '양선'입니다. 형제들의 탓을 드러내지 않을 때, 지난 과거를 들추지 않고 용서할 때, 판단하지 않고 마음속 깊이 용서해 줄 때 바로 침묵은 '자비'입니다. 불평 없이 고통당할 때, 인간의 위로를 찾지 않을 때, 서두르지 않고 씨가 천천히 싹트는 것을 기다릴 때 바로 침묵은 '인내'입니다. 형제들이 유명해지도록 입을 다물고, 하나님의 능력의 선물이 감춰졌을 때도, 내 행동이 나쁘게 평가되더라도, 타인에게 영광이 돌려지도록 내버려 둘 때 침묵은 '겸손'입니다. 그분이 행하시도록 침묵할 때, 주님의 현존에 있기 위해 세상소리와 소음을 피할 때, 침묵은 '신앙'입니다. ''라고 묻지 않고 십자가를 포용할 때, 바로 침묵은 '흠숭'입니다. 그분만이 내 마음을 이해하시면 족하기에 인간의 이해를 찾지 않고, 그분의 위로를 갈망할 때 십자가의 침묵처럼 잠잠히 그분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길 때 침묵은 '기도'입니다.”

올 겨울은 내 안팎으로 소음의 창문을 굳게 닫고 침묵에로의 부름에 깊이 응답하리라. 답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손해를 보아도 사람의 위로와 도움을 찾지 않으리라. 더 깊고 맑고 고요한 눈빛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바라보며 주님 곁에 오래 머물리라.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십자가의 침묵을 따르는 참 제자가 되리라.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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