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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토록 당신을 작게 만드셨습니까
영성의 길  
작성자 이지영
작성일 2019-04-02 (화) 11:53
분 류 주님과 동행
ㆍ조회: 61      
누가 그토록 당신을 작게 만드셨습니까
 눈과 키가 작은 나는 ‘작다’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성품도 소심(小心) 한데다가 작다고 괜히 나를 만만하게 보는 듯한 시선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주일학교 사역을 할 당시 덩치 큰 소년부 아이들이 내 머리에 손을 얹고서는 “전도사님은 키가 왜 이렇게 작아요?”라면서 장난을 곧잘 했다. 최근에도 초등부 한 아이가 “우리교회 전도사님들은 왜 다 키가 작아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키가 작은 사람도 있고 큰 사람도 있는 거지? 그리고 모두 하나님이 만드신 작품이니 크고 작은 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웃으면서 대화를 하였지만, 아직도 ‘작다’라는 단어에 미묘한 감정이 살짝 일어난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내 안에 작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내면의 깊은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날 저녁, 오랫동안 손이 잘 닿지 않았던 「소화 데레사 성녀의 사랑의 노래」를 꺼내 읽었다. 밑줄을 긋고 책 한 모퉁이에 받은 감동들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 놓은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20대 초반, 작은 꽃으로 불리는 데레사의 삶에 깊이 매료되어 ‘나도 성녀가 되어보리라’는 다짐을 수십 번 하였다. 당시 활자 하나하나가 내 안에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무릎을 꿇고 “주님, 제가 주님 한분만을 갈망하며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저도 맛보게 해주소서. 나 자신이 아무리 작고 초라해져도 상관없습니다. 주님 뜻대로 사용해 주옵소서.”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요즘 열정이 식어버린 밋밋한 내 삶이 정말 안타까웠는데, 책을 읽는 동안 그때의 감격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아이와 잠깐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나를 일깨우시는 주님의 음성이 뒤늦게야 들리는 듯 했다.
“딸아, 작은 것이 왜 싫니? 작음을 통해 나의 겸손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값진 것이 어디 있겠느냐? 내 손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드리운다. ‘누가 더 크냐’ 목소리만 높이다가 정작 내 십자가를 져버리는 자가 너무나 많다. 왜 네 자신이 작고 초라하다고 움츠려드느냐? 나는 너를 통해 큰일을 이루고자 부른 게 아니다. 겸손히 내 길을 따라 걷는 나의 작은 종이 되어다오.”
소화 데레사는 성 베르나르도의 이 작은 대화를 좋아했다. “예수님, 누가 당신을 그토록 작게 만들었습니까?” “사랑이.”
사랑하면 작아지는 게 두렵지 않다. 작아지면 어떤 부끄러움도 개의치 않는다. 겸손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 주님은 만물의 찌꺼기보다 못한 우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작은 자가 되셨다. ‘서로 누가 크냐?’ 다투는 제자들에게 어린아이와 같이 작아지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시며, 삶속에서 겸손을 보여주셨다. 더러워진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가장 작은 종이 되셨다. 침 뱉음, 경멸과 조롱과 채찍, 벌거벗음을 당해도 한마디 변명을 하지 않으셨다. 생애 끝에는 저주받은 자가 되어 십자가에 달리셨다.
왕족이었던 이사야도 하나님의 종으로서 작은 자가 되어 3년 동안 벌거벗고 다니셨다. 겸손하신 예수님을 소개한 이사야의 글은 그래서 더 감미롭다. “늠름한 풍채도, 눈길을 끌만한 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그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고 피해갈 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로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사53:2-3).
데레사는 말한다. “죽음에 임박한 이때에도 내가 이처럼 불완전하니 그만큼 하나님의 자비가 필요한 것을 앎은 얼마나 기쁨 일인지요. 내가 약하고 작은 것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어느 날 성 로렌스가 제일 싸움 잘하기로 소문난 수도원의 원장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문제 많은 수도원의 문을 두드리자 젊은 수도사들이 몰려 나왔다. 그들은 백발이 성성한 수도사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노수도사가 왔구려! 어서 식당에 가서 접시 닦으시오." 처음 부임한 수도사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대답하고 곧장 식당으로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노수도사는 한 달, 두 달, 석 달, 접시를 닦았다. 멸시와 천대와 구박이 대단했다. 석 달이 지나서 감독이 순시 차 이 수도원에 왔다. 젊은 수도사들이 쩔쩔매었다. 그런데 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감독이 물었다. "원장님은 어디 가셨는가?" 수도사들이 대답했다. "원장님은 아직 부임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로렌스 수도사를 3개월 전에 임명했는데!" 감독의 말에 젊은 수도사들이 아연실색했다. 그 즉시 식당으로 달려가 수도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노수도사의 죽기까지 작아지고 겸손하신 모습은 수도원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낮은 곳에 평화가 임한다. 작은 자는 낮아지기를 즐겨한다. 어떤 궂은 일도 하찮은 일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어떤 일에 칭찬도 기대하지 않을뿐더러,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작은 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짐보다 주님의 영광만을 주목한다.
제자 마세오 형제가 “왜 당신을? 왜 당신을? 왜 당신을?”라고 프랜시스에게 질문을 하였다. “마세오 형제여,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왜 세상은 당신을 따라가며, 또 왜 누구나 다 당신을 보고 싶어 하고, 당신의 말씀을 들으려 하며, 그것을 순종하려 합니까? 당신은 키도 작고, 미남도 아니고, 학식이 별로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귀족도 아닌데, 왜 온 세상이 당신을 그처럼 따르는 것입니까.” 그러자 프랜시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좇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까? 그것은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의인과 악인을 내려다보시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 눈이 모든 죄인들 가운데 나보다 더 천하고, 더 부족하고, 더 큰 죄인을 보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그 놀라운 일을 위해서, 그 이상 더 천한 피조물을 찾지 못하셨기에 나를 택하시어 이 세상의 존귀한 자, 아름다운 자, 강한 자,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그래서 모든 선과 모든 덕은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지 결코 피조물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며, 누구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자랑하는 자는 영광과 존귀를 영원무궁토록 받으실 주님 안에서 자랑할 것입니다.”
‘작은 자여 내게로 오라.’ 작은 자는 주님 가까이에 머물 수 있다. 자신을 왜 이렇게 초라하고 작게 만드셨냐고 원망불평 하는가? 누가 우리를 이토록 작게 만드셨는가? 하나님이시다.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으로 부르셨다(고전1:27). 그러기에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할 게 아무 것도 없다. 
작고 약할 그때가 곧 강함이라. 하나님은 우리를 자신의 힘이 아닌 주님만을 의지하는 빈 그릇으로 빚 어 가시기 위해 계속 낮추신다. 내가 작아질수록 하나님의 영광은 더욱 더 빛난다. 사랑과 긍휼로 우리를 만드신 주님 앞에 겸손히 낮아지자. 우리를 위해 그토록 작아지셨던 주님을 본받아 작은 종으로 주님 곁에 계속 머물자.
 

-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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