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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아버지!
영성의 길  
작성자 박희진
작성일 2019-04-02 (화) 11:39
분 류 영성훈련
ㆍ조회: 54      
아버지!아버지!
올해 90세가 되신 나의 아버지는 6.25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참전 용사들의 기록을 보전하려는 인터뷰가 있어 김재동 목사님과 고향 임실에 내려갔다. 김재동 목사님은 에스더 기도운동본부 이사며 모 대학 교수신데, ‘한국근현대사’를 집필하신 분이시다. 
아버지는 포병대 17기로 훈련을 받고 전쟁이 치열한 백마고지로 투입이 되셨다. 그곳은 밤낮으로 포가 쏟아졌고, 하루 밤은 중공군이 점령하고 다음날에는 유엔군이 점령하고 치열한 접전이 계속 벌어졌다. 전부대가 전멸한 위기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구사일생으로 굴속에 몸을 피해 있는데, 도저히 살 소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하나님, 아버지 살려주세요.”라고 부르짖어 기도를 하자 정말 기적같이 살아났다고 목매인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다. 죽음의 위기에서 서로에 대한 전우애를 보여주었던 일들,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의 안위를 위해 기꺼이 죽음의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던 분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곁에서 인터뷰를 하고 계신 목사님이 “아버님은 백마고지의 영웅이세요. 아버님과 같으신 분들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거지요. 정말 장하십니다.” 라고 하신다. 같이 참전했던 12명 중 10명은 전사하시고, 아버지와 친구만 겨우 살아 오셨고, 군대에 입대할 때는 아버지는 20살, 어머니는 겨우 19살로 결혼한 지 1년 만이었는데 무려 8년 6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오셨다. 나라에서 백마고지 참전 용사들에게 포상과 퇴직금을 주셨는데, 그마저도 하나님께서 살려주신 은혜가 너무 크고 감사해서 퇴직금 전부를 교회 건축 헌금으로 드리셨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밤에 올라오는데, 아버지에 대해 너무나 잘 모르고 살아 온 것이 죄송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예전과 달리 정말 영웅처럼 보였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총탄이 날아오는 적진을 향해 기꺼이 뛰어드셨고, 집에 남겨둔 부인이 생과부가 될지도 모르는 아픔도 뛰어넘은 채 나라를 지키기 위한 큰 희생을 치룬 아버지이셨다.
그런데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전주 35사단 4주 방위 훈련생이다. 당시 아버지는 잠도 설친 채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을 추위에 떨며 혼자 위병소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못난 칠삭둥이 큰아들이 어떻게 됐을까봐 방위병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고 계셨다. 함께 나오던 방위병들이 수군수군 거렸다. “야, 누구 면회 오신 거야, 참 유별난 아버지다. 방위 훈련 마치고 집에 가는데 나오냐?”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나오는데, “아이고, 이놈의 자식아! 얼마나 고생했냐?” 검은 봉지에 담긴 밤과 우유를 손에 꼭 쥐어주셨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가 어린 시절 혹독하게 훈련시키던 때를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 아버지는 워낙 병약하고 물러 빠진 나를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새벽 5시만 되면 깨우셨다. “일어나, 빨리 일어나라. 하나, 둘, 둘 반…. 셋 셀 때까지 안 일어나면 기합을 주겠다.” 으름장을 놓기도 하셨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애들을 너무 군대식으로 한다고 만류하셨지만, 아버지의 엄한 목소리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소죽을 끓여서 여물을 주고 나서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때는 아버지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우리 아버지는 ‘왜 이렇게 우리를 고생을 못 시켜 안달이실까?’ 어린 마음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많았다.
천성이 약한 나는 게으름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많이 겪었다. 그나마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훈련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규칙적인 삶에 많은 보탬이 된 듯하다.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더 열심히 잘 인내하며 받았더라면 좀 더 나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내게는 또 한분의 영적 아버지가 계시다. 주님을 따르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수도자의 길로 이끄셨고, 새로운 영적 목표와 가치관에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이다. 그분도 나의 아버지처럼 강한 하나님의 전사이셨다. 어떤 큰 희생과 고통을 치루더라도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으셨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총알이 빗발처럼 날아와도 용감하게 돌진하셨다. 도저히 납들 할 수 없을 때에라도 언제나 “예”와 “아멘”이셨다. 어떤 어려움과 곤란이 닥쳐도, 큰 손해를 보더라도, 큰 희생을 치루더라도 세상의 것들을 배설물처럼 여기며 철저히 버리셨다.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사랑은 고통과 수치 그리고 굴욕의 가시덤불 속에서만 피어나는 꽃임을 나의 영적 아버지는 체험으로 분명히 아셨기에 “밤송이의 축복”을 자주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가시가 찌르는 아픔에 쓰라리고 고통스럽지만 고통이 크면 클수록 열매는 더 달고 많으며, 가시밭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신령한 축복을 받게 된다고 하셨다.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면 고난을 달라고 적극적으로 기도하셨던 진정한 영웅이셨다.
“사실 저는 하나님께서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고난을 주시라고 기도하지요. 저에게는 고난이 다가올지라도 두려움이나 겁에 질리는 마음은 없어요. 성경 말씀 중에 감당할 수 없는 시험은 안주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어려운 시험을 당한다 할지라도 감당할 수 있는 시험만 주신다고 하셨어요. 만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험풍파가 다가오면 기적을 나타내셔서라도 피할 길을 열어주시고 감당할 수 있도록 주시니까요.”
영적으로 나약한 나에게 “힘들다고 엄살 부리지 마세요. 죽도록 충성하라고 하셨으니 죽도록 충성하세요.”라면서 영적 권면을 해주기도 하셨다.
말년에는 당뇨나 고혈압 등으로도 어려움을 많이 겪으셨고, 특히 2001년 7월에는 뇌경색이 와서 오른쪽 뇌세포 절반이상이 파괴되는 큰 고통을 당하셨다. 2004년 2월에는 대퇴부가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하셨는데, 심장이 너무 약하여 수술을 할 수 없으셨다. 반기부스만 한 채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사셨지만 원망불평을 하지 않으셨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극한 고난 가운데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아픔에 초점을 두지 않으셨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여러 가지 질병이나 악령으로 고통당하는 분들,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먼저 돌보셨다.
몸도 워낙 약골인데다가 매사에 물렁물렁하고 일처리도 똑바로 하지 못해서 이래저래 욕도 참 많이 먹었지만,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길로 불러주시고 이 길을 걷게 하심이 정말로 큰 은혜이다. 무엇보다도 30년 동안 영적 아버지를 뵐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큰 축복이요 은혜였다.
지금도 영적 아버지의 빛 된 삶을 짚어보면 감개무량하다. 신의 성품에 참예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수님의 생명의 능력이 삶 가운데 나타나는 것이 무엇인지, 죄의 법칙에서 해방되는 것이 무엇인지 영적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의지도 약하고 자주 넘어지고 엄살도 잘 부리는 이 못난 수도자가 지금까지 이 길을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영적 아버지의 사랑의 힘이었다. 나도 이제 나의 아버지처럼, 영적 아버지처럼 하나님의 강한 용사로 좁고 협착한 이 길을 힘차게 달려가길 소망해 본다.
“나의 전부이신 하나님 아버지! 이 몸 바쳐 사랑하고 또 사랑하렵니다. 이 못난 수도사를 위하여 갈보리 언덕에 올라 피한방울 남김없이 다 흘리시며 죽기까지 사랑하셨으니 그 사랑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산채로 지옥 형벌을 받으셨던 주님, 이 교만한 죄인이 무엇이관데 그 모든 고통을 참으셨습니까?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나의 아버지시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저도 온전해지기를 원합니다. 성화의 길로, 익은 열매의 길로 이끄시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걷게 하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물방위 수도자가 온전히 변화되어 밝은 빛의 강한 용사로 설 수 있도록 하늘의 능력을 부어주소서. 거룩을 향해 다시 한 번 돌진하게 하소서. 제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십자가를 결코 놓지 않게 하소서.”

 - 박희진 목사(개신교 성결수도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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