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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원주민들의 눈물
영성의 길  
작성자 박희진
작성일 2019-09-03 (화) 14:56
분 류 영성훈련
ㆍ조회: 10      
대만 원주민들의 눈물
북한에서 949일간 억류되었다가 석방되어 나오신 임현수 목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150번 넘게 북한을 방문하면서 고아원과 양로원, 식품 지원 등 각종 선교사역을 감당하다가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받고, 고된 노동과 독방에서 모진 고문과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셨다. 하나님의 기적의 손길로 석방이 되어 지금은 세계 곳곳에 다니면서 북한의 실상과 더불어 복음을 전하고 계신다. 강의 내내 목이 메어왔다. 영혼에 대한 구령 열정이 대단하셨고, 그 열기가 내 안에 옮겨졌다.
그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대만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머리에서 계속 열이 나고, 목도 붓고 몸 상태가 급 하강했다. 카오슝 공항에 마중 나온 K선교사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요한계시록 집회"가 은혜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이번 “여름대사경회”에 참석하신 대만 원주민 교회 자매님 한 분이 겨울대사경회도 참석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조언을 해오셨다.
“하나님 뜻대로 해야죠.”라고 답변을 하는데, 이번 여름사경회에 온 쏭언 자매님이 떠올랐다. 언니와 함께 온 자매인데, 13명의 대만팀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 원래 계획은 부모님들이 오기로 했는데, 먼저 두 딸을 보냈다. 그 자매님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가 부모님의 반 강압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양팔과 온 몸에는 시커먼 문신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잔뜩 찡그린 얼굴을 한 채 강의시간도 듣는 둥 마는 둥 거의 졸고, 언니한테 칭얼거리며 힘들다고 계속 투정을 부리기 일쑤였다. 저러다가 대만으로 출국을 한다고 하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새벽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4박 5일간 강행군을 했으니 젊은 자매에게는 적잖이 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간식거리를 사주면서 금요일까지 간신히 집회를 마쳤다.
다음날 토요일 오후에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묘지를 방문하고 명동을 들러 식사를 하였다. 주일에는 흥겨운 대만 찬양과 간증과 더불어 선교보고를 하고, 저녁에 충주수련원으로 갔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가운데 밤 기도회 시간에 모두 빙 둘러 앉아서 서로 간증을 나누었다. 한 분 한 분 차례대로 은혜 받은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쏭언 자매님의 차례가 되었다. 너무 힘이 들었다고 하면서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순간 주변이 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찰나에 뜻밖에도 자매님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크게 깨닫게 되었고, 그동안 자신이 부모님에게 너무 많은 속을 썩여왔다”고 고백을 하였다. 그리고는 언니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언니도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두 자매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지켜보고 계시던 대만 분들도 함께 울기 시작하였다. 회개와 더불어 성전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쏭언 자매님이 목소리를 높여 찬양과 기도를 하는데 꼭 천사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더 이상 자매님의 온몸에 가득한 문신은 보이지 않았고, 착하고 순수하고 사랑스런 하나님의 딸이 앞에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세상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던 딸이 빛의 말씀에 지난달의 삶을 돌아보며 흘리는 눈물은 영롱한 보석처럼 빛이 났다.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영혼의 기쁨을 안고 돌아가는 자매님의 모습에 내 마음도 흐뭇했다. 한국 방문 일정을 다 마치고 “쎄쎄. 다시 꼭 뵈어요.”라면서 계속 손을 흔들며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는 자매님의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워 보였다. 은혜의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복이요 은총이다.
이번 사경회에 참석하려고 대만 원주민들은 6개월 전부터 기도로 준비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였다. 부모님들의 말 못할 핍박과 주변 사람들의 비난, 더구나 한참 농번기인데 많은 손해를 감수하고 수확도 포기한 채 한국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사경회 기간 동안 큰 은혜를 받고 보니, 그러한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셨다. 하늘의 것을 얻기 위해 땅의 것을 포기하는 것은 더 이상 쓰라린 고통이 아니었다. 익은 열매라는 영적인 목표와 바른 영적 가치관이 하나님 중심으로 서게 된 사실에 감격해 하며 그들은 울먹거리기도 했다. 음식문화가 달라 살짝 아쉬웠다고 솔직한 표현을 하면서도, 겸손히 밥을 퍼주고 청소를 하고, 정성을 다해 섬기는 목사님들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과 감동이 되었다고 하셨다.
한국에까지 우리를 부르시어 밝은 빛을 듣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눈물이 난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날 밤 나도 주님 앞에 오랫동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한 때 중국의 대만 정벌정책으로 많은 천대와 설움 속에서 이리 저리 옮겨 다니다가 가파른 산악지대까지 밀려난 원주민들이다. 어디를 가든지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게 다반사이고, 현재도 높은 산악 지대에서 어렵게 농사를 짓고 있다. 우롱광 집사님의 아버지는 맨 처음 복음을 듣고, 인도의 썬다 싱처럼 산간 마을을 두루 다니면서 수많은 핍박과 고난을 받으면서도 복음을 열정적으로 전하셨다. 그렇게 수많은 땀과 헌신을 통해 점점 원주민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고, 지금은 곳곳에 교회가 들어섰다.
우리가 몇 번 방문했던 동포교회는 나팔을 불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이스라엘의 회복과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기도를 하신다. 또한 중국과 열방을 위해 마지막 때의 복음이 전파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환히 밝히고 계시다. 몇 년 전 그곳을 처음 갔을 때, 성도들의 순수한 신앙과 주님의 재림을 간절히 사모하는 모습에 강한 감동을 받았었다. 이 깊은 산속에 뜨거운 재림신앙과 예수님을 닮아보고자 하는 원주민들이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고, 하나님을 찬양하면 몇 시간이 흘러도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열정에 대단한 영적 매료를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만난 형제자매처럼 반가웠다. 한국의 여러 지체들과 서로 어울려 찬양을 하는데 하늘의 천국 잔치가 열린 듯 했다. 꾸밈없는 순수함과 주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에 절로 눈물이 났었다. 때 묻지 않는 그들의 순박한 모습과 진리를 사모하는 맑은 눈망울들이 나를 대만으로 계속 불러 들였다.
대만을 자주 가면서 오해와 질타도 쏟아졌지만 그들의 열기가 그곳으로 이끌었다. 언젠가는 몸이 완전히 탈진이 되어 쓰러졌었다. 저체온증과 수족냉증과 불면증이 겹치면서 더 이상 움직일 수초자 없을 정도로 밤마다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들의 눈물의 기도소리가 귀전을 울렸다. ‘죽더라고 가자. 비방해도 상관없다. 주님의 뜻이라면 죽어도 좋다.’
복음을 사모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다가 죽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값진 일이다. 우리 주님의 십자가 대속의 사랑을 생각하면, 복음에 빚진 자로서 이는 지극히 작은 고통이요 십자가일 뿐인 것이다.
“이 나라와 이 민족의 풍토를 사랑하게 된 이상 내 아내와 아이들은 제물로 드린다 할지라도 하나도 헛되지 않으며 어리석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나에게 천금이 주어질 지라도 중국 선교에 쓰겠고, 나에게 천개의 생명이 주어질지라도 중국 선교에 쓰겠습니다.” 허드슨 테일러의 영혼에 대한 열정이 내 안에도 옮겨지길 간절히 고대해 본다.
어느 덧 대만의 밤하늘은 깊어간다. 머리에는 여전히 열이 나고, 콧물이 연신 흘러 내려 한쪽 코를 휴지로 틀어막고 있지만 나는 행복하다. 이 밤, 까오슝 저 산 넘어 사는 쏭언과 원주민 성도들을 가슴에 품고 기도를 드려본다.
“주님! 저 가난하고 불쌍한 원주민들의 기도와 눈물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 목숨 다하여 지쳐 쓰러질지라도 주님의 복음을 전하며 사랑으로 품고 죽어가게 하소서.”


박희진 목사(성결수도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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