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등록 비번분실


가난을 벗 삼아서
영성의 길  
작성자 박희진
작성일 2019-10-04 (금) 14:05
분 류 영성훈련
ㆍ조회: 6      
가난을 벗 삼아서
 며칠 전 충주 봉쇄수도원 강문호 목사님이 작년 가을에 했던 탁발전도를 또 하자고 연락이 왔다. 이번에 수도학교 3기생들에게 강의를 먼저하고, 10월 중순에 탁발전도를 같이 하자는 내용이었다.
작년에 ‘탁발전도’에 대한 강의를 할 때였다. 어떤 분이 “무슨 우리 기독교에 탁발전도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 마태복음 10장에 보면 나와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리자, “무슨 스님들이 하는 탁발입니까? 괜히 예수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 아니에요.”라며 반문을 하시는 분들이 여러 분 계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 개신교에는 ‘탁발’이란 말이 생소하고, 그 의미를 잘 모르기에 그분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훈련생 중에는 “나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부정적인 말씀을 하신 분들도 계셨다. 강문호 목사님이 “그래도 한번 믿고 해봅시다.”라며 겨우 달래가면서 그 다음 주에 탁발전도를 하였다. 그렇게 반신반의 심정으로 참석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탁발 전도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처음과는 달리 반응들이 너무나 좋았다. “아,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제 가르쳐 주십니까? 정말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전도하며 음식을 얻어먹는 장면이 제 안에도 재현되는 듯 했습니다. 다음에 또 한 번 해보지요.” 
1200년경부터 수도원을 개혁하려는 거듭된 시도들이 있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13세기 초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수도원 운동이 일어났는데, 그것이 탁발 수도회(托鉢修道會, The Mendicant Order)와 탁발 수도사들(Minor Friars)이었다. 이 수도원 운동을 ‘걸식 수도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탁발(托鉢)이란 구걸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의미로서, 영어로는 프라이어(Friar)라고 한다. 이 말은 ‘형제’란 뜻의 라틴어 ‘쁘라터’(Frater)에서 유래되었다. 이들은 절대적 청빈을 지키기 위해 음식마저도 구걸해서 먹었기 때문에 탁발 수도회라고 불렀다. 영어의 멘디칸트(Mendicant)라는 단어를 일본에서는 탁발승(托鉢僧)이라고 부르는데, 이 일본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탁발 수도회’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수도사를 뜻하는 영어 ‘몽크’(Monks)는 일정한 곳(수도원)에 정주(定住)하는 이를 말하지만, 프라이어(Friar)는 정주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전도하고 설교하는 이를 말한다. 탁발수도자들이 바로 이런 이들이다.
탁발 수도회가 출현하게 된 원인은 우선 교회의 부패와 나태함 때문이었다. 당시 교회 개혁이란 주로 성직자와 수도사들의 개혁을 뜻했다. 성직자 대부분의 영적 상태는 매우 심각했고 한심스러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회에는 막대한 재산이 축적되었고, 교회 감독들은 풍부한 수입으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였다. 더구나 세속적인 사람들이 감독이 되어 오직 예배 의식만 중히 여기고 설교를 경시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부와 권세를 얻을수록 세속적인 안락에 파묻혀 신자들의 신앙에는 무관심했고 가난하고 곤고한 민중들을 점점 멀리했다.
또한 성직자들뿐 아니라 수도사들도 문제가 많았다. 그들은 현실도피주의자나 타계(他界)주의자들로서 신앙적 경건주의에만 집착하여 물 좋고 산 좋은 깊은 산속에 찾아가 편안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전도와 구호 생활을 등한히 하였다. 이에 반발하여 탁발수도사들은 친히 사람들과 접촉하며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조언자가 되어 주기도 하면서 복음을 전하였다. 그들은 가난하고 무지한 백성들의 입장에 서서 전도와 구제사업을 했으며, 그들의 고통과 함께 하며 빛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전하였다.
탁발 수도회 법칙은 간단명료했다. “십자가의 길은 거창하지도, 난해하지도, 험난하지도 않다. 위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라! 이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다.”
이들은 예수님을 닮기로 정하고, 예수님을 닮는 삶을 이렇게 말했다.
 “① 검소한 집에서 살았습니다. 초막 같은 집을 짓고 불편함속에서 살았습니다. ② 스스로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③ 절대 사랑, 절대 청빈의 삶을 살았습니다. ④ 둘씩 짝지어 나가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⑤ 버림받은 사람들 현장에 가서 같이 살았습니다. ⑥ 삶의 원칙이 분명하였습니다. 첫째는 탁발, 두 번째는 전도, 세 번째는 청빈이었습니다. ⑦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 것을 자비가 아니라 의무라고 여겼습니다. ⑧ 성직자들의 생활을 개혁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⑨ 매일 구걸로 살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체험하면서 살았습니다. ⑩ 소유보다 존재를 더욱 귀히 여겼습니다. 버리면 더 커지고, 내려놓으면 더 올라가게 됨을 체험하였습니다.”
그들의 생활은 복음의 말씀을 그대로 재현한 삶이었다.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이나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이는 일꾼이 저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니라 아무 성이나 촌에 들어가든지 그 중에 합당한 자를 찾아내어 너희 떠나기까지 거기서 머물라 또 그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마10:9-12). 
이들은 주님을 닮고자 재산도 평안함도 향락도 상속권도 모두 버렸다. 이들은 “너 하나님의 사람아,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 “사랑하는 자들아, 나그네와 행인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정욕을 제어하라.”(벧전2:11)는 말씀을 좇아 한 평생 가난과 청빈의 삶을 굳게 결단하였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문자 그대로 실천하며 살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그들에게 성경은 활자가 아니었다. 두 벌 옷을 가지지 않고, 신을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 다니며, 복음을 따라 실제로 그렇게 철저히 사셨다. 이들은 청빈이라는 이름의 여인과 결혼했다고 선언하며, 절대 청빈과 완전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그들은 다른 모든 것을 다 포기하더라도, 오직 예수님 한 분만을 닮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고, 인생의 전부였다.
현재 남아 있는 탁발수도회로는 도미니코 수도회, 프란치스코 수도회,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카르멜 수도회, 삼위일체 수도회, 구속주회, 성모의 종 수도회, 미니모회, 하느님의 성 요한 구호 기사단, 튜튼 기사단 등이다.
나도 개신교 목사지만 또한 탁발수도사로 30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심방을 한다는 명목이지만, 헌금으로 콩나물국밥을 사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돌팔이 수도사가 되었다. 성전강단에 무릎을 꿇고 ‘너무나 등 따시고 배가 불러서 타락한 이 죄인이 이러다 지옥 가겠구나! 지옥 중에도 가장 고통스런 곳으로 떨어지겠구나!’라며 한참을 탄식하며 가슴으로 울고 또 운다. 등가죽이 달라붙고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생각하면 피눈물을 흘려도 부족한건만 너무나 더럽고 부유한 수도사가 되어 버렸다. 팔딱거리는 심장을 붙여 잡고, 싸늘하게 식은 내 마음이 다시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불태우며, 다시 힘 있게 뛰기를 소망해 본다.
낡은 수도복 한 벌이라도, 다 헤어져 가는 신발 한 켤레라도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는 수도자로 살아야 진실로 행복자다. 
수실 안에서 가을바람과 함께 새벽이슬을 맞는데, 재깍재깍 초침의 도는 소리가 들려온다. 짧고 짧은 일생, 허망한 쾌락과 일락을 즐길 시간이 없다. 내 생명을 다해 살을 도려내는 큰 고통을 겪을 지라도 삶의 비게 살을 과감하게 깎아내야 한다. 곧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이르면 뒤뜰 밤나무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리라. 고동치는 맥박소리가 멈추는 그날까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듯 최선을 다해 달려가리라. 가난을 벗 삼아서.


박희진 목사(성결수도회 원장) 
                                                      
 
윗글 시간을 뚫고 가는 행복한 사람
아래글 눈물을 달라고 기도했다
번호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67 영성두레박 비틀거리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이동휘 2019-10-04 5
266 주님과 동행 시간을 뚫고 가는 행복한 사람 이지영 2019-10-04 6
265 영성훈련 가난을 벗 삼아서 박희진 2019-10-04 6
264 영성두레박 눈물을 달라고 기도했다 이동휘 2019-09-03 14
263 주님과 동행 움직이세요 이지영 2019-09-03 17
262 영성훈련 대만 원주민들의 눈물 박희진 2019-09-03 27
261 영성훈련 피도수 선교사와의 만남 박희진 2019-07-04 41
260 영성두레박 기독교는 번영신학이 아니라 십자가 신앙이다 이동휘 2019-07-02 29
259 주님과 동행 내가 너를 축복 더 하노라 이지영 2019-07-02 29
258 영성두레박 주님의 신부가 되는 독신의 영광 이동휘 2019-06-07 23
257 주님과 동행 온유함으로 길들이라 이지영 2019-06-07 23
256 영성훈련 새벽에 만나는 하나님 박희진 2019-06-07 39
255 영성두레박 아비들아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 이동휘 2019-05-14 23
254 주님과 동행 가난한 자의 지혜를 배우라 이지영 2019-05-14 28
253 영성훈련 거룩한 어머니들 박희진 2019-05-14 54
252 영성두레박 어찌하여 이동휘 2019-04-02 38
12345678910,,,17

  신문사소개      | 운영안내      | 구독신청      | 신앙상담      | 독자투고    | 갓피플      | 기독교TV
경기 시흥시 신천동 378-2 2층 | TEL:031-314-8226 | FAX:031-314-8227 | 등록일:1995.06.30 | ojesus20@hanmail.net
그리스도복음신보 copyright by Cgnews.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