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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
영성의 길  
작성자 박희진
작성일 2020-02-04 (화) 13:25
분 류 영성훈련
ㆍ조회: 20      
끊임없이 정진하고 또 정진하라
 지독한 감기 몸살로 3주 정도를 심하게 앓고 있던 터라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지냈다. 오래간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니 30년 전 초기 수도 생활할 때 “전적으로 채식을 하고 세상 학문을 버리고 순결을 지키며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리라”고 다짐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세월이 많이 흘렀건만 그때나 지금이나 영성생활이 별로 시원스럽지가 못하다.
당시 수도생활을 하면서 성욕, 식욕, 수면욕, 명예욕, 물욕 같은 본능적인 욕망을 억제하고 극복하면 성인(聖人)이 금방 될 줄 알았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욕망은 끊임없이 나의 발목을 붙들고 옭아매려고 시시각각 찾아왔다. 뭐가 조금 되는 것 같다가도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기 일쑤였다. 자기를 쳐서 그렇게 복종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 늙은 아담 몸뚱이가 얼마나 간사한지 모른다. 감기 하나에 엄살을 부리는 나 자신을 보며 내 안에 옛 모습이 그대로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발견케 되었다.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스스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하고, “이번 감기에 정말 죽을 뻔 했어요.”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며 푸념을 하였다.
우리가 사는 이 광야 같은 인생은 쉬지 않고 완성해 가야 한다. 가만히 있는데도 저절로 완성되어지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완성을 이루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을 멀리하고 애정과 욕망을 철저히 끊고 죄와 피 흘리는 싸움을 반복하며 계속 정진해야 한다.
성 베르나르는 “의인은 결코 이제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의에 주리고 목마르다.”라고 했다. 사도바울, 성 프랜시스 같으신 분들은 평생의 목표가 자기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분들은 범인들과 달리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었음에도 살아생전 끊임없이 정진을 하였다.
“게으른즉 석가래가 퇴락하고 손이 풀어진즉 집이 새느니라”(전10:18). 태만한 자의 삶과 인격은 쉽게 무너진다. 호세아를 닮은 성자 이세종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파라 파라 깊이 파라. 얇게 파면 너 죽는다. 나무뿌리도 깊이 파고들수록 좁고 좁은 길이다. 깊이 파고 깊이 깨닫고 깊이 믿어라. 어설프게 파면 의심 밖에 나는 것이라곤 없다.”고 가르쳤다. 어설프게 파면 의심과 불평과 두려움이 늘 따라다닌다. 
지난주 어느 모임에 감기 몸살로 인해 좀 늦게 나갔다가 “굼벵이처럼 맨날 늦게 나온다.”고 호되게 창피를 당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고 했지만, 감기 몸살보다 그 말이 더 마음에 상처가 됐다. “이런 말을 들어도 싸지…”하면서도 며칠 동안 마음이 아팠다. ‘내가 그래도 형이고 총책임자인데 그럴 수 있어.’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그러나 이내 화들짝 놀라 회개를 하였다. ‘아이고, 하나님! 이 굼벵이 같은 놈을 주님께서 사촌 동생 목사의 입을 열어 말하게 하신 건데,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이놈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다 저의 게으름 때문입니다.’ 이틀이 지난 후 전화로 감기는 좀 어떠냐고 안부 전화를 하였다. “나도 감기로 죽을 뻔했어요.”라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였다. 입으로는 감기가 빨리 낫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지만 속으로는 ‘그래. 너도 맛 좀 봐라.’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왔다. 사람이 참으로 간사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서로의 초췌한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우리 콩나물 국밥에 고춧가루 팍팍 넣어서 먹고 힘냅시다.” 하고 서로 사이좋게 헤어졌다.
순간순간 정신을 차리고 늘 깨어 무장해야 한다. 마치 적을 문 앞에 맞이하고 무장한 채 침식하는 사람들처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마귀는 자지 않고 너의 육신도 아직 죽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네 좌우편에는 원수가 쉬지 않고 너를 노리고 있으니 싸울 준비를 그치지 말라”고 했다.
신앙인들은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더구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만을 위해 살겠다고 한 수도자들은 더 두배 세배 열배로 정진해야 마땅하다. 세상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와 수도복을 입고 있다고 안심할 수 없다. 독신 순결을 지킨다고 그것이 전부인줄 알면 오산이다. 결코 안 될 말이다.
지금 수도생활을 시작했을 뿐이지 완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화의 완덕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불면, 불휴의 정진 또 정진해야 한다. 작은 게으름을 피우면 점점 더 게을러지고 그러다 아주 쉬게 된다. 쉬면 결코 안 된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수레가 쉬면 뒤로 밀려 곧 굴러 떨어지는 법이다. 대양을 건너 피안의 언덕을 향해 날아가는 학은 아무리 지쳐도 날개를 쉬지 않는다. 만약 날개를 접으면 그 즉시 떨어져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올라가세. 올라가세. 끊임없는 불휴의 정진을 계속하세.
토마스 아 켐피스는 “성인들은 누구나 다 많은 고난과 시련 중에 지냈으며 그러는 가운데서 진보하였다. 시련을 참고 견딜 줄 모르는 사람은 버림을 받아 타락했다. 자기를 엄격히 다스려 육신을 영혼에게 완전히 복종케 하는 자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다. 세상은 그러한 영혼에게 정화하는 곳이 된다. 장래에 심판거리를 남겨두는 것보다 지금 죄를 회개하고 악습을 없이하는 것이 낫다. 괴로움을 당하면 그리스도를 닮고 성인들과 같아진다.”라고 하였다.
“너희는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하나니…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하느니라”(고전9:24-27).
“모든 일에 절제”하자. 먹고 싶은데도 다 먹지 않은 절제, 보고 싶은데도 다 보지 않는 눈의 절제, 관능의 절제, 오욕의 절제, 스스로 자기 몸을 치는 이것이 수도적 정진생활이다. 천성을 향해 걷는 한 걸음 한 걸음 정성과 힘을 다해 주님과 함께 걷자. 걸음걸음을 깨끗이 하며 살자. 이 세상에서 수도적 정진생활보다 더 아름다운 생활은 있을 수 없고, 더 사모할 생활도 있을 수 없다고 여기며 가자.
백합화는 높은 향기와 청초하고 순결하고 고상한 미를 지니고 있는 꽃이다. 고난과 시련의 바람이 불 때 백합화는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를 풍긴다. 그 순결을 가시밭 속에 둘려 있음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고난과 시련, 정진이 없으면 향기도 순결도 드러내지 못한다. 많은 괴로움을 겪으며 정진하면 할수록 그리스도를 닮고 성인들과 같아진다.
인생은 잠깐이요 안개이다. 이 땅에서의 행위 하나하나가 나의 영원한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들인데, 일분일초를 게을리 할 것인가? 어찌 한가히 지내랴! 정진 또 정진. 일분도 헛되이 보내지 말자. 게으른 여우는 닭을 잡지 못한다. 무디어진 칼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번쩍번쩍 빛이 난다. 몸이 부서지고 망가지더라도 모든 일에 목숨을 걸고 정진해야 한다. 하나님은 정진한 대로 갚아주신다.
옛 수도자들은 옷도 벗지 않고 입은 그대로 잤으며, 불철주야 기도에 힘썼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모든 일을 마치 내 일생의 마지막인양 생각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지막처럼 정성을 다해 걸어야 한다. 이 몸을 금생과 이 순간에 건지지 못하면 어느 때에 건질 수 있으랴. 가난해도 병이 들어도 무시를 받아도 떳떳하게 영혼을 높이 들라. 그 어느 것도 영원한 하늘의 신령한 복과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영원한 것의 가치를 깨달으라.
찬바람 소리에 창문이 덜커덩거린다. 적막한 긴 겨울밤, 콜록콜록 기침 소리가 멈추지 않지만 나는 기쁘다. 외로운 길, 좁은 길, 고통과 눈물이 쉼 없이 흐르는 이 길을 걷는다 해도 나는 주님만 부르며 예수님만 기다리는 수도자이다.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다시 오실 주님을 목 놓아 부르며 눈부신 새벽을 기다린다.

박희진 목사(개신교 성결수도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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