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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영성의 길  
작성자 이지영
작성일 2013-10-02 (수) 12:55
분 류 주님과 동행
ㆍ조회: 2037      
하나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수요예배를 드리기 위해 봉고차의 뒷좌석에 올라탔는데, 앞에 계신 목사님의 빛이 바랜 낡은 하늘색 수도복이 눈에 들어왔다. 목 칼라가 낡아서 너덜너덜 헤어져 있었다. 재활용센터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법한 옷이었다. 나름대로 검소하게 소박하게 옷을 입고 다니는 양 수도복을 입고 허세를 떨고 다니지는 않았는지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검정색, 회색, 흰색, 남색 무채색이 전부이지만 그래도 너덜너덜 헤어져 버릴만한 옷은 옷장에 눈 씻고 봐도 없다.

아직도 겉모양에 연연해하며 허영심과 체면치례를 붙들면서, 세상에는 귀머거리요 장님으로 살아가야 할 수도자가 여전히 세상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옷들로도 충분하건만, 옷장에 은근히 나름대로 취향에 맞는 새 옷을 구비하고 싶은 탐욕이 불쑥불쑥 생겨난다. 내면 바닥 깊이 꽁꽁 숨겨놓은 위신과 체면은 살짝 가려놓고 청빈한 수도자 인냥 고상한 척 흉내만 내고 있다.

“모든 피조만물들은 옷과 같이 낡아지고 멸망할 것이나 오직 주님만이 영존하신다”(히1:11)고 말씀하셨건만, 그저 말씀을 눈으로만 스윽 읽고 있다. 그러면서도 밝은 빛 말씀을 많이 아는 것 마냥 영적교만에 빠져 목을 뻣뻣하게 세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낡아 없어질 옷 하나에도 연연해하는 초라한 삶을 살면서도 말이다.

‘고(苦)는 나의 선생, 비(卑)는 나의 궁전, 빈(貧)은 나의 애처’라면서 평생 가난하게 먹고 가난하게 입으시며 청빈하게 사셨던 이용도 목사님(1901-1933). 그분의 편지 한대목이 삶의 능력이 아닌 언어로만 청빈을 좇는 나를 더더욱 부끄럽게 한다.

“형제여, 그대는 외롭지 않노라. 하란 광야에서 돌베개 하고 자던 가련한 야곱의 하나님은 형제의 하나님이로다. …일전 사진은 반가이 보았소이다. 와이셔츠를 새로 사 입고, 맥고(麥藁) 모자를 새로 사 쓴 모양, 보기에 한결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외적인 것, 물적인 것이 힘이 되면 몇 푼어치 되며, 거기에 위로가 있다면 또 몇 푼어치나 있을 것인가 합니다. 헌 바지, 헌 모자를 입고 쓰고도 영이 즐거울 수 있고 평안할 수 있는 어떤 하늘의 조건, 심령의 조건이 생겨야 할 것이외다. 육의 자기를 온전히 버리고 영의 주에게 끌리어 사소서. 그 영에게 삼킨바 되어 물욕의 변(邊), 정욕의 변, 죄악의 변은 아주 없게 하소서. 그리하여 몸은 땅에 있으되 영은 높이 하늘에 사소서.”

열매 없는 잎만 무성한 무화과 옷으로 온 몸을 가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땅의 것으로 위로를 받은들 몇 푼어치가 되랴. 이 세상의 쇼윈도우에 갇힌 채 화려한 마네킹으로 살아간들 무엇이 유익하랴. 언제쯤 세상의 위신에 나 자신을 가두지 않을까?

하늘나라의 복음을 담대히 증거 하고 청빈의 사도로 불리었던 프랜시스(1182-1226)는 비록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헐벗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예수님의 화신이었고, 하늘나라의 대부호였다. 비가 다 새는 움막집에 살지라도 주님이 함께 계시는 곳이라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그에게는 저 영원한 참 장막에서 받아 누릴 소망에 이 땅의 모든 만물들은 도리어 빛이 바래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초라할꼬.

“조찰하신 하나님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우리는 원하지도 기대하지도 듣지도 찾지도,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숨 쉬지도 만족하지도, 기뻐하지도 마음에 들어 하지도 맙시다. 그러므로 아무 것도 방해하지 못하기를. 그분과 우리 사이 가로막지 못하기를. 그분께 한 순간도 떼어놓지 못하기를.”

영국신사로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깔끔하고 멋쟁이로 살아가셨던 공선생님(1947-2005). 하지만 주님을 만난 뒤 이 세상의 것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으셨다. 평생 강직성척추염으로 누워 계서서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여름에도 겨울 스웨터를 입고 단벌 신사로 살아가셨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어리석게 살아가냐고 반문하지 않을까.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그 가운데 뜨거운 태양 볕에서도 옷 하나 걸치지 않으시고 고스란히 십자가의 큰 고통을 겪으셨던 주님의 인내를 맛보았다. 세상의 시선 속에 갇히기 보다는 오직 하나님의 시선아래 고정되기를 원하셨다. 선생님은 스스로 연단의 도가니, 뜨거운 풀무 불 가운데로 뛰어드셨던 분이셨다. 썩어 없어질 이 땅의 것을 속히 다 태워버리고 싶었으리라.

거지 성자, 분도 요셉 라브르(1748-1783)는 예수님의 청빈생활에 비하면 실로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기로 하고 그것을 가장 큰 재산으로 여겼다. 그는 의식주 모두가 머리 둘 곳이 없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청빈의 덕이 나타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구멍이 난 신발과 거적 대기 같은 갈색 옷을 걸쳐 입고 13년 동안 약 3만키로의 길을 두루 다니며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순례를 하였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녔고, 다 헤어져 너널너덜 떨어진 다음에는 그때서야 누가 헌옷을 주면 갈아입었다. 그는 비록 모욕과 수치를 당하며 세상 가운데서는 모든 위신을 잃고 살았지만, 그 길이 바로 벌거숭이 몸을 넝마조각으로 겨우 가리셨던 주님과 함께 걷는 길이기에 더없이 행복해 하였다. 하지만 그가 결코 게을러서나 나태해서가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철저한 영성생활을 하시며 규칙적인 삶을 사셨던 분이었다.

성 예로니모(347-419)가 말한 ‘벌거숭이 십자가를 벌거벗고 따르는’ 가난이야말로 예수님을 따라가는 길이다. 십자가의 길은 이 땅의 낡아 없어질 것들을 벌거벗지 않고서는 결코 따를 수 없는 길이다. 온갖 수치와 모멸감이 따를지라도, 모든 위신이 바닥에 떨어질지라도 그 길만이 오직 살길이다. 잠깐의 위신에 영원한 생명을 값싸게 여길 것인가? 몇 푼어치의 값어치도 안 되는 헛된 허영과 체면을 붙들고 있다가 정녕 저 영원한 하늘나라의 기업을 놓칠 것인가?

영원히 낡아 없어지지 않을 새 옷으로 덧입기까지 부지런히 이 땅의 낡아 없어질 헌 옷(죄성, 정욕, 결점)을 벗어버리자. “생베(예수님의 생명)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이는 기운 것이 그 옷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됨이요”(마9:16).

이 광야 길에 딱딱한 돌베개 하나면 어떠랴. 너덜너덜 헤어진 낡은 옷이면 어떠랴. 주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이면 그만이다. 결로 외롭지 않고 초라하지도 않다. 천국이 나의 것이요 천국의 주인이신 주님이 전부인데 무엇이 필요하리요. 아무것도 그 어느 것도 필요치 않다. 하나님 외에 다른 것으로는 그 무엇도 나를 채워 줄 수 없다.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 아버지만이 나의 필요요 소망이요 생명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그 모든 것은 천국을 사는 기쁨이요 천국적 은총이다. 나의 생명 되신 주여, 제가 주님 앞으로 다시, 기쁘게 나아갑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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